[탄핵 D-1] 한국 정치서 한발 뺀 반 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대북 결의안 채택을 위해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욕(미국)=AP연합

[아시아경제 뉴욕 김근철 특파원]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7일(현지시간) "어느 누구도 저를 대신해 발언하거나 행동한다고 주장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반 총장은 이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을 통해 밝힌 성명에서 "최근 한국에서 일부 단체나 개인들이 마치 저를 대신해 국내 정치문제에 대해 발언하거나 행동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보도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해명했다. 반 총장은 이어 "이들 누구와도 전혀 관계가 없다"면서 "최근 누차 밝힌 바와 같이 임기가 끝나는 연말까지 총장직 수행에 전적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내년 1월 중순 귀국 후 한국 시민으로서 어떻게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최선일지 의견을 청취하고 고려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반 총장의 성명은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둔 민감한 시점에 긴급히 나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통령 탄핵의 폭발력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국내 정치나 특정 계파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실제로 반 총장 측은 향후 대선 행보와 관련된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나오자 이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에선 핵심 측근 인사의 언급을 인용, 반 총장이 새누리당이나 기존 정당의 후보가 아닌 신당 창당을 통해 대통령 후보로 나설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반 총장을 지지하는 충청권 인사들의 모임인 '글로벌 반기문 국민협의체'가 오는 22일 발기준비위원회를 갖는 한편 '반기문 대통령 추대 국민대통합 추진위원회'란 단체도 최근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반 총장은 내년 1월 중순에 귀국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반 총장 입장에선 한국이 탄핵 폭풍으로 휘말리고 기존 정치 지형이 급격히 재편되는 상황을 당분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밖에 향후 정치 상황이 극도로 불투명한 상황에서 특정 계파와의 연대나 향후 대선 시나리오를 노출하는 것은 자칫 무거운 족쇄가 될 수 있다. 이는 위기의 한국 사회를 중재하고 수습하는 적임자를 자처하며 대권에 도전하려는 반 총장 측 구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급류가 몰아치는 한국 정치 상황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반 총장의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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