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동국제강 상무
노벨 물리학상(1949년) 수상자 유카와 히데끼는 연구하느라 2차 세계대전이 끝났는지도 몰랐고, 아이작 뉴턴은 난로 불에 옷이 타는 줄도 몰랐다. 뉴턴은 뜨거움을 느끼자 고작 난로 속의 장작불을 끄집어내라는 황당한 명령을 하인에게 내린다. 그리고 둘은 아주 시시한 대화를 나눈다. "난로에 멀찍이 떨어져 계시면 되지 않습니까." "그런 방법이 있었지. 왜 그걸 몰랐지?" 이 말뿐, 뉴턴은 다시 연구에 몰입했단다. 바보이야기 같은 실화는 작금의 어려운 경제환경을 극복해 가는 직장인들에게 '퍼뜩, 정신 차리라'는 주문 같다. 회남자(淮南子)에는 '짐승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않는다'고 꼭 짚어 가르치는데, 미국 미니밀의 최강자 '뉴코'가 그런 철강회사다. 이 회사는 90년대 후반부터 몰입 경영을 20여년째 지속하고 있다. '가장 잘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한다.' 이 캠페인은 뉴코를 전세계 철강기업 중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기업으로 만들었다. 대형 고로 메이커도 아니면서 늘 미국을 대표하는 뉴코는 문어발식 경영다각화와는 거리가 멀다. 철강왕 카네기 이후로 세계 철강산업의 왕좌를 일본에 넘겨준 미국이지만 지금도 뉴코는 세계 철강경영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필자는 뉴코의 크로포드빌 철강생산공장에서 30대 여성근무자들의 번뜩이는 눈빛을 목격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근무 태도를 생생히 기억한다. 그 태도의 의문은 스피드 경영에서 풀렸다. 높은 생산성 만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간단한 경영전략과 연계된 기업문화였다. 촌각을 아끼기 위해 점심시간에도 일을 하고, 하물며 시간이 아까워 토스트를 입에 물고 핫코일(Hot-coil)을 이동 시켰다. 그런 근로자를 한국에서는 본적이 없다. 노동에의 진정한 몰입이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것 같았다. 어쩌면 우리의 근로자들은 "너만 열심히 하면 다른 사람 다친다"는 동료의 핀잔이 등에 꽂혔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 근무자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걸핏하면 노동쟁의를 앞세우고, '이 정도면 됐다'는 하향평준화가 만연된 생산현장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몰입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그 몰입을 잘하는 기업은 밝은 미래가 보장될 것이란 의견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업문화와 몰입은 계란과 닭처럼 누가 먼저랄 것도 없고, 시기의 변화에 맞게 정착돼야 한다. 최근 우리 회사에는 다트게임이 본사 전직원의 새로운 여가문화로 번지고 있다. 최고경영자가 앞장서 권유했고 전폭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침체된 기업문화를 활력 넘치는 기업문화로 바꾸는 데 다트는 큰 역할을 했다. 본사 전직원은 32개 팀으로 나눠 토너먼트를 벌였다. 예선전이 시작되자 아침 7시부터 연습하는 직원들이 나타나고 준결승이 진행되자 점심시간은 온통 응원의 함성으로 사무실이 떠나 갈 듯했다. 2평 남짓한 사무실 자투리 공간에 다투 게임장 설치를 지시한 최고경영자의 의도는 적중했다. 표적을 향해 던져지는 다트의 향방에 전 임직원들이 함께 환호하는 광경은 '몰입의 정석'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상대를 존중해야 하고, 연습 없이는 절대 실력우위를 점할 수 없고, 페어플레이를 해야만 하는 다트의 3가지 조건은 기업문화의 본질과 다름없다. 9피트 거리에서 6피트 높이에 설치된 둥근 표적에 화살을 던지는 다트 경기는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한 번에 최고점수 180점을 얻기란 매우 어려운 스포츠이다. 지나가다가 한 번, 일이 꼬일 때 한 번, 심심풀이로 한번, 집중을 위해서 한 번, 다목적 스트레스 해소용 스포츠로도 권할 만하다. "일을 이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아!" 관전 중에 최고경영자가 던진 흰말은 핀잔이 아니라 격려였다. 마음껏 소리치고 박수치는 사원들의 활력은 다트가 가져다준 몰입의 선물이었다. 절대 몰입 하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는 다트의 매력에 사원들은 점점 빠져들고 있다. 과학자의 몰입, 스포츠맨의 몰입, 경영자의 몰입, 그리고 직장인의 몰입은 최고 점수를 향해 던져진 다트처럼 과녁에 꽂힐 때까지 흔들려서는 안된다. 김종대 동국제강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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