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맞춤형 분자'로 치매 치료한다

임미희 UNIST 교수팀, 치매 요소별 대응 분자 설계법 개발

▲물 미로 실험에서 쥐의 행동 패턴을 나타낸 그림. 왼쪽부터 일반 쥐, 치매 쥐, 투약한 치매 쥐의 행동패턴.[사진제공=UNIST]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치매 환자는 늘어나는데 환자마다 그 원인이 모두 달라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치매 치료에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국내 연구팀이 이 같은 시스템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맞춤형 분자'로 치매를 치료하고 그 원인도 밝혀낼 수 있는 길을 제시했습니다. 치매를 치료하고 정확한 원인도 파악할 수 있는 '화학도구 설계 기술'이 개발됐습니다. 이 기술로 만든 분자들은 치매 원인별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동물 실험에서도 효과를 보였습니다. 임미희 UNIST(총장 정무영) 자연과학부의 교수팀과 김광수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의 이주영 교수팀과 공동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을 골라 제거할 수 있는 저분자 화합물을 설계하는 '화학도구 설계 기술'을 내놓았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각 요소에 대응하기 알맞은 '분자 구조'와 '반응 메커니즘'까지 고려해 저분자 화합물을 만드는 전략입니다. 치매는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습니다. 발병 원인도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가설로 제시된 원인은 '금속 이온',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금속과 결합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활성산소종' 등입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의 각 요소를 억제하는 최적의 분자를 찾았습니다. 금속 이온과 잘 결합하는지,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과 어떤 작용을 하는지, 저분자 화합물의 이온화 에너지는 어느 정도인지 등이 고려됐습니다. 그 결과 총 4개의 분자가 설계됐고 각 분자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알츠하이머병 발병 요소의 독성을 억제하는지 규명했습니다. 어떤 분자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산화하거나 분해하는 방식으로 독성을 억제했습니다. 다른 분자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과 금속 이온, 분자로 이뤄진 복합체를 이뤄 독성을 누그러트렸습니다. 이 분자들은 동물 실험에서도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사람의 치매 유전자를 가진 '알츠하이머 마우스 모델(5XFAD)'에 분자들을 주사하자 뇌 안에 축적된 아밀로이드-베타 종들이 확연히 줄었습니다. 실험쥐들의 인지능력과 기억력이 개선되는 효과도 확인됐습니다.임미희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원인들이 알츠하이머병 유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악해야 치료제 개발도 효과적일 것"이라며 "이번 기술은 분자 구조와 작용 메커니즘까지 함께 고려해 치료제 개발과 원인 파악에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환자마다 알츠하이머병 유발 요소의 분포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 것입니다. 환자들의 혈액이나 뇌 조직에서 각 요소가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에 각 요소를 억제하는 최적의 분자를 설계하면 효과적 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같은 가설은 연구를 통해 증명됐고 면밀히 관찰한다면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하는 구체적 메커니즘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로 단순한 화학구조를 변화시켜 알츠하이머병 유발 인자를 골라서 잡을 수 있다는 걸 밝혔다"며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요소 간의 연관성은 물론 각각의 역할을 규명하는 후속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10월13일자(논문명: Structure-mechanism-based engineering of chemical regulators targeting distinct pathological factors in Alzheimer’s disease)에 실렸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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