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만리]밤바다 물러나면 황금 다랑논…가을이 출렁

가을빛으로 물든 '낭만 여수'

여수 묘도가 외지인으로 들썩일때가 일년 중 두번 있다. 봄날 모내기를 위해 물이 가득 담긴 다랑논에 아침해가 비칠때와 황금빛으로 출렁대는 가을날의 이맘때다. 어느때 찾아도 좋지만 여수 밤바다의 정취와 함께 하는 가을날의 운치가 더 좋다.

경도에서 바라본 남해바다의 아침풍경. 경도는 섬전체가 해양레저복합시설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br />

여수 여행에서 야경을 빼놓을 수 없다. 돌산대교의 밤풍경은 황홀하고 그 아래로 풍물시장과 포장마차촌이 펼쳐진다.

여수 바다의 풍경, 저 멀리 돌산대교가 보인다.

여수의 야경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여수(麗水)는 아름다운 물(바다)에 에워 쌓여 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광은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운한 곳입니다.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기도 합니다. 여수 10경 중 1경인 오동도와 2경인 향일암을 빼더라도 볼거리가 넘쳐납니다. 이맘 때 가장 앞세울 수 있는 것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남아 있는 묘도(猫島)입니다.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읍동마을 다랑논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묘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여수 산업단지의 불빛도 황홀합니다. 또 있습니다. '2012 여수 세계박람회'를 다시 즐길 수 있는 엑스포공원과 돌산대교의 야경은 여행의 낭만을 선물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국내 최초로 바다를 횡단하는 여수 해상케이블카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에서 4번째로 1.5㎞의 여수바다를 지나갑니다. 해 질 무렵 등장해 새벽까지 불을 밝히는 돌산대교 아래 풍물거리의 포장마차도 즐거운 추억입니다.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그런 가을입니다. ◇묘도-황금빛 다랑이논 장관, 경도-전설의 섬 황금빛 아침바다 황홀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이름을 딴 교량이다. 전남 여수시 묘도와 광양시 금호동을 잇는다. 이름을 이순신 대교로 정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콘크리트 주탑(270m)과 주탑 간 거리가 1545m로 충무공 탄신 연도와 같기 때문이다.이순신 대교를 포함한 도로의 정식 명칭은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다. 광양에서 뻗은 이 대교는 임진왜란 때 수군연합사령부가 자리했던 여수 묘도와 연결된다. 조용한 어촌이었던 묘도는 대교가 개통되면서 전남 동부 경제의 대동맥이 됐다. 섬에서 이순신 대교를 건너면 단일 제철소로는 세계 최대인 광양제철소와 물동량 기준 국내 2위 항구인 광양항에 닿는다. 섬 남쪽 묘도 대교 너머에는 여수 석유화학단지가 있다.
묘도는 고양이와 관계없이 굴의 의미인 옛 이름 '괴섬'에서 비롯됐다. 괴섬을 한자로 묘도로 표기하면서 명칭이 정해진 것이다. 전남 여러 섬은 충무공과 인연이 깊다. 묘도는 충무공이 1598년 9월 20일부터 11월 18일까지 머물며 전사한 노량해전 전적지 인근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묘도에는 볼거리가 많다. 도독마을은 명나라 장군 진린이 주둔하면서 충무공과 함께 적선 수백여척을 격파했던 승전지로서 유서 깊은 곳이다. 마을엔 벽화거리도 있다. 임란 당시 왜군에 맞서 싸웠던 해상 전투장면을 비롯해 조선수군의 보직별 복장, 무기 등을 재현했다. 가을이면 황금색 들녘과 은빛 바다가 장관인 읍동마을 다랭이논을 빼놓을 수 없다. 이맘때면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황금빛 다랑이논과 여수바다를 담기위해 빼곡히 진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가 지면 묘도 전망대에 올라보자. 바다 건너 남쪽을 바라보면 여수산단의 화려한 불빛이 보인다. 불빛이 별들처럼 밤바다를 밝게 비추는 풍경은 장관이다. 경도는 아직 연륙교가 놓이지 않아 배를 타야 한다. 여수 국동항에서 배를 타고 5분여 가면 된다.
섬의 모양이 고래를 닮아 경도(鯨島)라는 이름을 얻은 이곳은 그동안 여러개의 이름으로 불렸다. 650여년전 국운이 기울어 가던 고려 말, 어느 후궁이 귀양 와서 거주하면서부터 서울 경자를 사용해 경도(京島)라 했다. 1914년 일제 강점기때는 행정개편으로 섬 주변 바다가 거울과 같이 맑다고 해 경도(鏡島)가 됐다. 섬에 있는 내동마을에는 후궁이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건물 터가 있고 650년된 해송(소원수) 등 후궁과 관련된 전설이 남아 있다. 후궁은 이곳에서 아들을 낳았고, 귀경을 원했지만 끝내 왕으로부터 부름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후궁은 자신의 여씨 성을 아들에게 물려주며 여씨의 시조가 되게 했고, 경도가 여씨 집성촌이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하지만 지금은 글램핑과 골프, 낚시 등을 즐길 수 있는 해양관광단지가 들어서 있다. 글램핑장 바로 앞으로는 밤이면 머리 위로 별이 쏟아지는 여수 밤바다를 즐길 수 있다.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가면 푸른 남해바다가 한눈에 조망된다. 최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투자를 결정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다시 만난 엑스포 명물과 여수 돌산대교 밤바다의 추억여수는 지난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를 유치했다. 행사는 끝났지만 박람회장은 지금도 여수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인기짱인 아쿠아리움을 비롯해 엑스포 디지털갤러리(EDG), 빅 오(Big-O) 등 명물을 만나볼 수 있다.
엑스포 디지털갤러리는 정문에서 제3문에 이르는 415m 구간의 천장에 설치된 대형 LED 스크린이다. 길이 218m, 폭 30m에 달하는 거대한 스크린에서 다양한 영상을 상영한다. '빅 오 쇼'도 장관이다. 높이 47m 원형 조형물 '디 오(The O)'에 분수를 이용해 워터 스크린을 만들고, 형형색색의 조명과 레이저, 홀로그램을 쏘아 화려한 볼거리를 연출한다. 공연은 분수쇼를 중심으로 10분 동안의 프리쇼가 진행된 후 디오의 원 안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스크린 삼아 펼치는 환상적인 멀티미디어쇼가 30분 정도 이어진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는 엑스포광장에서 초대 가수 공연, 벨리댄스, 민속무용 등 다양한 공연도 준비된다. 아쿠아리움(아쿠아플라넷 여수)도 볼거리다. 마린 라이프, 아쿠아 포리스트, 오션 라이프 등 3개 전시관에 희귀종을 포함한 해양 생물 3만3000여 마리가 산다.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전 국가 대표 선수들이 펼치는 마린 걸스 공연, 걸으면서 다양한 해양 생물을 볼 수 있는 터널식 수조가 인기다. 2층에는 트릭 아트, 디지털 아트, 오브제 아트 등으로 이루어진 착시 체험 테마파크 '박물관은 살아있다'가 있다.
여수 여행의 매력에 야경을 빼놓을 수 없다.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으로 새로 태어난다. 야경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돌산대교다. 길이 450m의 사장교인 돌산대교는 섬인 돌산읍과 남산동을 연결하는 연륙교다. 해가 지면 밝혀지는 교각기둥의 야간조명은 시시각각 화려하게 색을 바꾼다. 돌산대교 주변에는 바닷가 카페와 횟집 등이 즐비해 저녁 시간을 낭만적으로 보내기에 적격이다. 돌산대교의 야경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야간 선상투어나 해상케이블카도 즐겨볼 만 하다. 여수=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가는길=남해고속도로 순천 톨게이트 지나 백운로를 따라 가다 마동IC에서 여수세계박람회장, 묘도방면으로 우회전, 이어 이순신대로를 따라 대교 진입. 시내는 다리를 지나 국가산업단지길을 따라 가면된다.
△볼거리=해양레일바이크(사진)는 전 구간 해안을 따라 달리기에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동백꽃으로 유명한 오동도, 국내 최대 규모의 단층 목조건물인 진남관(국보 304호), 향일암, 교동시장, 금오도비렁길, 이순신대교 기념관 등이 있다.
△먹거리=로터리식당은 6천원짜리 백반(사진)이 유명하다. 꽃게무침, 꽃게장, 제육볶음, 꽃게탕 등 한 상 푸짐하다. 봉산동에는 게장백반거리가 형성돼 있다. 주민들이 '한판'이라고 부르는 '해물삼합'은 삼합거리에 있다. 서대회도 빼놓을 수 없다. 막걸리 식초로 새콤달콤하게 무쳐내는 삼학집이 유명하다. 이순신 광장 부근에는 좌수영음식특화거리와 수산물 시장이 있다. 극동항 부근엔 장어탕을 잘 하는 집들이 몰려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진부 여행전문 조용준기자 jun21@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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