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의 리우 톡]'뭐라고 할 얘기가 없수다'

女양궁 개인전서 만난 北
질문세례에 자리뜨며 한 마디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만난 북한 선수단

리우데자네이루에 온 북한 선수단은 우리 취재진의 관심 대상입니다. 종목별로 북한 선수단이 경기하는 날은 그들의 행동 하나, 말 한마디를 포착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합니다. 11일(한국시간) 출국한 최룡해(66)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동선을 파악하려는 눈치작전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선수단은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이거나 재빨리 자리를 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자 양궁 개인전이 열린 이날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또 한 번 북한 선수단과 접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16강에서 장혜진 선수(29·LH)가 북한의 강은주 선수(21)와 대회 첫 남북대결을 앞두고 있을 때였습니다. 북한 선수단 유니폼을 입은 코칭스태프로 보이는 남성 한 명이 초조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말을 붙여보기로 결심하고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유니폼 상의 지퍼를 반쯤 내린 헐렁한 옷차림에 부리부리한 눈매가 두드러지더군요. "안녕하세요? 남한에서 온 기자입니다." 남자는 힐끗 저를 쳐다보더니 재빨리 걸음을 옮깁니다. 강은주 선수의 경기를 보러 왔는지를 묻자 대답이 없습니다. "남한에서도 이 경기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또 물었습니다. 투박한 사투리로 한 마디 합니다. "그것까지 어찌 알갔습네까?"처음에는 귀찮다는 듯이 팔을 휘휘 저으며 저를 물리치려던 이 남자. 계속 따라붙으며 이것저것 자꾸 물으니 난처한 모양입니다. 어찌됐든 상황을 피하고 싶었는지 미소를 지으면서 나지막이 한 마디하고 자리를 뜹니다. "뭐라고 할 얘기가 없수다." 결국 이름과 직책을 알지 못한 채 짧은 대화가 끝났습니다. 그 남자는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하자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졌습니다.뒷모습을 보는데 그가 멘 가방이 눈에 들어옵니다. 새 것으로 보이는 유명 스포츠브랜드 제품이더군요.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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