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제주 폭설 비행기 결항 이틀째…관광객 발동동

24일 제주 시내에는 강한 눈보라와 매서운 돌풍이 불었다. 이날 택시나 대중교통을 제외하고 도로를 달리는 차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유례없는 폭설과 강한 돌풍으로 제주공항 비행기 운항이 이틀간 전면 중단되면서 제주도를 찾았던 관광객 수만명의 발길이 묶였다. 귀경길에 오르지 못해 공항에 남아 있는 많은 사람들은 추위에 떨어야했다.도로가 빙판길로 얼어붙었던 이날 제주시내에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시내 음식점이나 영화관을 찾아 시간을 보내는 등 제주에서 예기치 못한 하루를 더 보내야만 했다.24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비행기 결항사태가 발생한 지난 23일 공항을 빠져나가지 못한 체류객들은 약 6만여명으로 추정된다. 공항에서 뜬 눈으로 밤을 보내야 했던 관광객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날 하루도 공행내에서 대기하며 항공기 운항 재개 소식에 귀를 귀울였다. 관광객 중 일부는 오전부터 공항을 빠져나와 제주 시내나 인근 호텔로 발길을 옮겨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제주시내에 위치한 영화관에서 만난 최모씨(45)는 "주말동안 한라산에 설경을 구경하려고 왔는데 한라산은 올라가지도 못하고 영화를 보러 올지는 상상도 못했다"며 "오늘 돌아가려고 했지만 하루 더 머물려야 해서 제주 지인의 집에 신세를 질 계획"이라고 말했다.부산에서 친구들과 여행을 온 대학생 조모씨(24)는 "비행기가 끊겨서 배편을 알아봤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서 며칠 더 머무르기로 했다"며 "여행비가 부족해서 걱정이긴 하지만 하루이틀 정도는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24일 제주의 하늘은 이따금 햇볕이 내리며 맑게 갠 모습을 하는 등 변덕스러운 모습이었다.

이날 제주시내는 맹렬하게 눈보라가 내리다 어느새 햇볕이 내리쬐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가 그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하루 내내 온도가 영하에 머물면서 시내 곳곳에 눈이 쌓이고 길을 빙판으로 바뀌고 돌풍이 심하게 불었다.편의점에는 생필품을 사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제주시 위도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모씨(41)는 "주말 동안 추워서 커피를 찾는 사람이 많았지만 눈이 많이 와서 좋지만은 않다"며 "아무래도 눈이 많이 와서 일손도 더 많이 가고 물건도 배달이 늦어져 이만저만 불편한게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운전자들도 꽁꽁 얼어붙은 빙판길에서 거북이 걸음을 해야만 했다. 버스 운전기사 노모씨(38)는 "오늘은 어제보다 운전하기는 수월하지만 체인이 없이는 운전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밝혔다.일부 호텔에서는 갑작스럽게 예약이 늘어나며 모든 객실이 꽉차는가 하면 빈방을 묻는 전화가 하루 종일 걸려왔다. 제주시내 한 호텔 관계자는 "오후 들면서 90% 정도 객실이 모두 예약됐다"며 "공항에 가까운 호텔일 수록 빈방이 더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24일 제주 시내에서 운전자들은 얼어붙은 빙판길에서 거북이 운전을 해야했다.

기자도 지난 22~23일 1박2일의 일정으로 참여한 기자단 워크숍을 참가했지만 23일 항공기 운항이 전면 결항되면서 제주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한국공항공사는 제주공항 출·도착 총 517편이 모두 결항된다고 밝혔다. 공항 관계자는 "25일 제주공항 운항 재개 여부는 기상 상황 악화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제주=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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