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에 빠진 어른들]수백만원 짜리 로봇도 펑펑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열린 킨키로봇의 '더니 릴리즈 파티' 현장에 수백만원짜리 장난감을 보려는 2030 소비자들이 몰려 있다.

키덜트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불황에도 수백~수천만원 짜리 장난감도 쉽게 구매…해외직구로도 구매기업들, 키덜트족 잡기 위해 너도나도 시장 진출[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어른이 돼도 마음 한 구석에는 어린 시절의 순수한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마음을 억누른다. 하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생각으로 자신들의 순수한 취향을 드러내는 소비자들이 있다. 요즘 신조어로 '키덜트'라 불리는 소비자들이다.키덜트(kidult)는 키드(kidㆍ아이)와 어덜트(adultㆍ성인)가 합쳐진 말로, 어린이 취향과 감성을 갖고 그 문화를 즐기는 어른을 뜻한다.키덜트들이 유통업계에 새 시장을 만들고 있다. 구매력이 충분한 이들 계층은 골프보다 로봇을 더 좋아하고 수백만 원이 넘는 값비싼 장난감도 쉽게 사들인다.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은 키덜트 시장 전망은 밝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키덜트 시장의 규모는 연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매년 2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전국 8대 광역시도에 거주하는 만 3~59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해 캐릭터 이용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캐릭터 상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람 1261명 가운데 20대 이상 성인이 757명(60.0%)에 달했다. 이들의 캐릭터 구매 목적을 따져 보니 전체 구매를 100으로 가정했을 때 평균 50.0%는 본인 소유를 위해 구매하고 나머지는 가족과 친구 등에게 선물하기 위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세와 25~29세의 본인 소유 목적 구매가 각각 71.1%와 63.7%로 높았으나 40~49세도 자신을 위한 캐릭터 구매율이 47.9%로 적지 않았다. 캐릭터 상품이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성인은 평균 35.0%로 조사됐다. '캐릭터 상품은 어린이들이나 사는 것이다'라는 의견에 20~29세의 38.4%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의한다(33.5%)는 답변보다 많았다. 40~49세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35.9%로 나타났다.

건담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키덜트족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1~16일까지 해외직구전문관에서 블록은 전년 동기 대비 655% 급증했고 무선모형ㆍRC완구도 747%나 뛰었다. 같은 기간 옥션에서도 건담 333%, 프라모델 420%가 급증했다. 이처럼 키덜트 문화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에선 1인 독신 가구가 늘고 어린 시절 향수가 담긴 장난감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으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키덜트 산업이 갈수록 각광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키덜트족 확산에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최근 미디어에서 여러 연예인 등이 자신의 피규어 수집장을 공개하는 등 키덜트족의 노출이 많아지면서 있어 보이거나 순수해 보이는 취미로 변해가고 있다.인터넷 커뮤니티도 키덜트 시장의 성장에 한 몫 한다. 학교, 회사 등 성인들이 모여 있는 오프라인 환경 안에서는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을 찾기 어렵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그렇지 않다. 온라인 동호회에서 자신들과 비슷한 취향과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고,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한다. 구매력과 창의력을 겸비한 프로슈머인 키덜트팬들은 기업에게 매우 매력적이다. 유통업체들은 너도 나도 키덜트 전문관을 오픈했고 외식, 뷰티, 패션업체 등도 캐릭터 선점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재훈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오랜 시간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키덜트족이 어린이의 꿈을 키우는 산업 영역에 기여하는 프로슈머로 당당히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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