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읽다]독(毒)도 잘 쓰면 약

청자고둥 맹독에서 수명장애 치료 가능성 밝혀져

▲청자고둥에서 나온 독에서 수면장애 치료 가능성이 밝혀졌다.[사진제공=인도과학원]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말이 있죠. 좋은 약도 잘못 쓰면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문구가 딱 어울리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청자고둥의 독에서 수면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독이 있는 청자고둥(cone snails)은 생물의학 연구원들에게 하나의 선물이 되고 있습니다. 청자고둥은 맹목을 가진 바다생물로 쏘였을 때 심장마비가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쿠버다이버들에게는 가장 위협적이고 만나고 싶지 않은 바다생물 중 하나입니다. 과학자들이 이 청자고둥의 맹독성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작했습니다. 청자고둥의 독에서 추출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수면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인도과학원 연구팀이 이번 성과를 이끌었습니다. 이번에 추출된 구성 물질은 이른바 '코노톡신(conotoxins)'으로 부르는 이온통로 수정 그룹에 속합니다. 코노톡신은 바다 달팽이를 의미하는 코너스(Conus)와 독소라는 뜻의 톡신(toxin)이 결합된 합성어입니다. 이번 연구결과 등으로 코노톡신이 제약분야에 응용될 경우 매우 뛰어난 효능을 지닌 진통제, 마취제 등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야생에서 청자고둥은 이 독성 물질을 먹이를 사냥하는 데 사용합니다. 먹이를 겨냥해 독을 쏘고 마비를 시킨 뒤 잡아먹는 것이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무기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연구팀은 청자고둥(학명: Conus araneosus)의 독에서 아미노산 염기서열과 분리 과정을 통해 14개의 새로운 펩티드 톡신(peptide toxins)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청자고둥에서 독을 채취해 이를 분리시키고 아미노산 시퀀싱을 거쳐 쥐를 대상으로 검증실험을 진행했습니다. 14개의 펩티드 톡신을 다섯 마리의 쥐에 주입했을 때 한 개의 펩티드 톡신(펩티드 ar3j)만이 몇 시간 동안 설치류를 잠들게 만들었습니다. 다른 것은 설치류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수면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톡시콘(Toxicon)에 실렸고 해외과학매체인 사이언스지가 보도했습니다. 인도과학원 벤자민 프랭클린(Jayaseelan Benjamin Franklin) 박사는 "청자고둥은 남부 인도와 스리랑카 해변에 분포돼 있는데 희귀성으로 인해 그동안 제대로 된 연구가 없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청자고둥의 독에서 추출한 펩티드 톡신이 수면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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