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 한국농어촌공사가 거의 3년간 채용공고나 공개경쟁시험 없이 504명의 직원을 편법 채용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공개채용을 규정한 자체 규정은 물론 직원 채용 시 공개경쟁시험을 치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공기업ㆍ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을 정면으로 어긴 사례다. 이런 편법 채용은 감사원 지적대로 많은 취업준비생에게는 공기업 응시 기회를 박탈하고, 채용되는 당사자에게는 특혜를 주는 것인 만큼 확실한 근절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감사 결과 농어촌공사는 2012년 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389차례에 걸쳐 공개경쟁 절차 없이 인맥을 통해 입사신청을 받은 뒤 면접만을 거쳐 직원을 특별 채용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채용한 직원이 전체의 10% 수준이다. 편법 채용은 2007년 만들어지고 2013년 개정된 공기업ㆍ준정부기관 인사 운영에 관한 지침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것이며 헌법 제11조 평등의 원칙도 어겼다. 편법 채용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치인이나 퇴직 공직자가 낙하산으로 내려와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는 부적절한 관행이 한몫을 했을 수 있다. 아무런 처벌도 요구하지 않는 감사원의 '물감사 관행'도 빌미를 제공했을 수 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편법 채용, 채용 특혜는 채용시장을 왜곡하고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 실업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결코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청년실업률은 지난달 10.2%로 1999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4월 기준 최고치에 이르렀다. 이 같은 현실을 공기관이 외면한다면 존립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농어촌공사의 편법 인사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감시의 사각지대에 많은 공공기관이 있고 고용세습 등 과거의 잔재도 남아 있다. 비공개ㆍ무시험 채용, 무자격자 뒷문 입사 등 비리를 근절할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제2, 제3의 농어촌공사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은 정규 공채와 전문계약직ㆍ기술직ㆍ기능직ㆍ인턴 등 많고도 복잡한 채용통로를 단순화하고 기준을 명확히 세워 부정과 비리가 개입할 소지를 없애야 한다. 또 채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비리를 차단하는 것을 지침이 아니라 법률이나 시행령 등에 반영하고 비리를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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