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공항은 그 나라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곳이라고 한다. 룩셈부르크, 벨기에, 프랑스, 멕시코, 인도 등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일해온 필자의 경험을 비춰볼 때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다. 우선, 공항의 시설이 얼마나 깔끔한지, 운영이 얼마나 잘 되는지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이 중요하지만 오히려 필자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다. 나는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직을 맡게 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던 1년 전 가을을 생생히 기억한다. 넓은 인천국제공항을 빠르게 누비고 다니는 사람은 대부분이 한국인들이었다. 그들의 옷차림은 단정했고, 발걸음은 활기찼다. 작지만 큰 나라. 한국 땅과 한국 사람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강렬한 에너지가 있다. 요즈음 다른 나라로 출장을 다녀오면 더욱 더 그런 느낌을 받는다. 한국인의 유전자(DNA)에는 정의할 수 없는 그들만의 열정이 있다. 그 넘치는 활력이 한국을 많은 산업 분야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했고, 세계의 중심으로 이끌고 있다. 비약적 성장의 대표적 예가 바로 자동차 산업이다. 얼마 전 2014 글로벌 100대 브랜드(Best Global Brands 2014)에서 40위를 달성한 현대자동차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자동차 기업이다. 오늘날 그 어떤 자동차 브랜드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경쟁력을 갖췄으며 해외시장에서 선호도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열정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빠른 변화에 대한 놀라운 적응력, 목표를 향해 헌신하는 모습 등 열거할 수 없는 다양한 장점들을 가진 곳이 바로 한국이고, 한국인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폭스바겐코리아가 수입차시장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 역시 한국인 직원들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새로운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고객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의 넘치는 에너지를 경험한 외국인들은 한국에 매혹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넘치는 에너지가 제대로 응집돼 폭발했을 때의 성과를 확인했다면 경외감을 가지게 된다. 지금까지의 놀라운 성과보다 앞으로의 잠재력이 더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모습들을 한국인 스스로가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해외시장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둔 대표 기업에는 합당한 칭찬과 격려를 보내주는 것이 마땅하다. 목표를 향해 헌신하는 한국인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자랑스러워하고, 장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는 버려야 할 구습이 아닌 장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다만 정당한 절차를 무시한다거나 적당히 타협하는 일을 없앰으로써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면 된다. 남들보다 빠르다는 것은 무엇보다 계승ㆍ발전시켜야 할 부분이다. 한국은 훌륭한 하드웨어를 이미 갖추고 있다. 하드웨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그리고 콘텐츠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자질과 열정 역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을 조합해 훌륭한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훌륭한 콘텐츠를 가지고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내느냐는 한국인 스스로의 몫이고, 그 스토리는 전 세계로 전파돼 나갈 것이다. 즉 스스로가 어떤 마인드를 가지느냐에 따라 긍정적이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스토리가 될 수도 있다. 공항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한국이 이룬 수많은 성과와 그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한국인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에 더 크게 좌우된다. 2002년 한국인이 보여준 열정과 신바람에 전 세계가 감동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좀 더 서로를 칭찬했으면 한다. 한국인들은 충분히 그만한 자격이 있다.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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