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의 알바시네]8. '더 헌트' 성추행과 인간사냥

영화 '더 헌트'

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덴마크 영화, '더 헌트'는 사냥을 즐기며 막역한 우정을 쌓아온 사람들이 살아가는 어느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이 마을에선 어른이 되면 엽총을 선물하고 첫 사냥을 나가게 하는 풍습이 있다. 사냥을 정의하면, 사냥감인 '표적'을 발견하고 그것을 맞춰 쓰러뜨리는 행위이다. 영화는 사냥의 원뜻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혼을 한 뒤 고향으로 돌아온 루카스는 옛친구들과 재회하여 유쾌하게 놀면서, 보육원의 교사 일을 한다. 그중 친구의 딸인 클라라는 루카스를 몹시 따른다.

영화 '더 헌트' 포스터

어느 날 클라라가 루카스에게 다가가 입술에 뽀뽀를 하고 편지를 써서 전하는데, 루카스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정색을 한다. 이 어린 소녀는 새침해져서 원장선생에게 루카스의 앞쪽으로 솟아있는 거시기를 봤다고 말한다. 이런 말을 한 까닭은 그 무렵 클라라의 오빠가 친구들과 낄낄거리며 보고 있는 야동사진을 슬쩍 보았기 때문이다. 원장은 아이가 거짓말 할 리 없다고 생각하고, 루카스를 해고하고 학부모들인 마을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광분을 하기 시작한다. 그가 이상한 짓을 했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늘어났다. 그는 변태로 몰리고 친구들은 그에게서 등을 돌린다. 클라라의 부모 또한 격렬하게 그에게 증오의 감정을 보인다. 고향에 와서 루카스에게 호감을 갖고 사귀기 시작한 여인마저도 의심을 한다. 그는 경찰에까지 불려갔으나, 보육원 아이들이 겪었다는 증언들이 엉터리로 판명되는 바람에 풀려난다.

영화 '더 헌트'의 한장면

그러나 슈퍼에선 그에게 물건을 팔지 않았고, 대신 거칠게 폭행을 하며 쫓아낸다. 루카스에게는 마쿠스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 아들만은 아버지의 결백을 믿으며, 클라라의 집을 찾아가 소녀에게 왜 거짓말을 하느냐고 따지다가 그녀의 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루카스와 마쿠스는 거실 창을 깨고 날아든 큰 돌멩이에 깜짝 놀란다. 루카스가 나가보니, 그가 아끼던 개가 죽은 채로 거적에 덮여있다. 갈수록 참담하고 복잡한 비극 속으로 빠져들던 그는, 성탄절날 교회에서 클라라의 아버지를 만나 결백을 말한다.

영화 '더 헌트'의 한장면

이런 방식으로, 끝없이 확장되는 비극을 수습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현실이 아니라 영화이기 때문에 출구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를 잘 알아온 친구였기에 그의 눈이 결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친구의 마음이 그제서야 돌아선다. 그는 딸인 클라라에게서 '루카스는 죄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영화 '더 헌트'의 한장면

이후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루카스의 아들 마쿠스의 성인식을 하는 날, 그에게 엽총을 선물한다.사냥을 나간 아버지와 아들. 마쿠스에게 사냥을 지시한 뒤 한쪽에 서서 사슴을 지켜보고 있던 루카스는 문득 자기에게로 향한 강한 총성을 듣고 쓰러질 뻔 했다. 그에게 여전히 적의를 지니고 있는 누군가의 총구였을까.

영화 '더 헌트'의 한장면

작은 거짓말 하나가 거대하고 집요한 의심과 집단의 광기를 부르는 현상에 대한 섬뜩하고 생생한 고발이었다. 이성은 저 불신의 촉수 앞에서 순식간에 무너진다. 제목의 '사냥'은 한 사람이 표적이 되는 순간 그것을 향한 가차없고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마녀사냥을 오버랩한다. 이 광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자라고 자부하는가.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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