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공공기관들이 변화에 나섰다. 정확히 말하자면 혁신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공공기관 개혁 또는 혁신이란 과제는 어제 오늘의 화두가 아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는 포장만 바꿨을 뿐 내용은 비슷한 주문을 반복했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조금씩 진보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예사롭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가장 먼저 공공기관의 정상화 카드를 끄집어냈다. 공공기관의 변화에 대한 경제ㆍ사회적인 요구도 뒤따랐다. 일부 기관은 '신의 직장',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불거진 원전 비리 등의 밑바탕에는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와 획일화된 조직, 무사안일한 조직문화 등이 깔려 있었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공공기관 개혁은 속도를 더했다. 공공기관에 있어 '정상화'라는 의미를 따져보면 '공공기관이 국민, 수요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물줄기가 됐다. 올 들어 공공기관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다 못해 살을 깎는 고통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정부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획일화 된 기준으로 다양한 사업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들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수익을 내기 어려운 곳도 있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곳도 있다. 때문에 공공기관 본연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지켜가는 것도 공공기관 정상화의 또 다른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다.올 들어 각 공공기관의 수장들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과 원가의식, 목표의식을 가질 것을 특별 주문하고 있다. 제도와 시스템을 전면 쇄신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간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의 직원으로서 마인드를 바꿔야만 조직 전체가 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에너지 공기업은 방만 경영의 불명예를 없애기 위해 부채 감축을 최대 경영 목표로 삼고 빚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또한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인디언 속담처럼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이야말로 공공기관이 지속적으로 추구할 가치로 추진되고 있다. 명예 회복에 나선 공공기관들의 노력들, 특히 각 기관들의 모범사례를 통해 대한민국 공공기관의 미래 청사진을 들여다본다.
전대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왼쪽 두번째)이 가스사고 예방을 위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전대천)의 존재 이유이자 설립 목적은 가스사고 예방이다. 전대천 사장이 취임 후 지난 2년 5개월 동안 가장 신경을 기울인 부분도 바로 가스사고 예방이었다. 이와 함께 그동안 가스안전에 취약할 수 있는 사회적 약자의 가스시설 무료 개선에 주력해 21만여가구가 혜택을 누리도록 했다. 또 선제적 가스안전 종합 대책인 '국민행복 가스안전 3.0' 정책을 수립하고 전사의 역량을 집중한 결과 가스사고 인명 피해는 2012년 23.2%, 지난해 10.5%씩 줄이는 성과를 냈다.전 사장의 경영 철학 핵심 키워드는 '현장'과 '소통'이다. 그가 '우문현답', 즉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늘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현장 중심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전 사장은 유관업계 현장을 130여회 방문해 현장 의견을 듣고 불합리한 관행 등 총 31건의 제도를 개선했다.올해 가스안전공사는 '글로벌 가스안전 최고 전문기관'이라는 비전과 '가스사고 인명 피해율 50% 감축' 등을 경영 목표로 내세우고 ▲예방 중심 가스안전 고도화 ▲국민행복 가스안전 문화 확산 ▲창조적 상생협업 활성화 ▲법정ㆍ위탁사업 강화 ▲맞춤형 정보서비스 확대 ▲상시적 경영합리화 체제 구축 등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우선 예방 중심 가스안전 고도화를 실시해 가스안전 3.0 정책을 총 115개 과제로 확대 추진하고, 불법 가스시설ㆍ제품 개선을 위한 기동단속반을 상설 운영 중이다. 서민층 가스시설 개선사업 4차년도를 맞아 7만1620세대의 가스시설을 고치고, 노인층 등 고령자 사고 예방을 위해 타이머콕을 3만5000세대에 보급할 계획이다.전 사장은 "안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이라며 "'설마 나에게 그런 사고가 일어나겠어'라고 방심했다가 실제로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가스사고 121건 가운데 사용자 취급 부주의, 공급자 취급 부주의, 시설 미비 등 안전불감증 사고가 77건으로 64%를 차지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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