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두 달, 대규모 인명피해 원인규명 외면…검찰, 유병언 일가 수사상황만 쏟아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세월호 참사 두 달이 흘렀지만 대규모 인명피해를 부른 본질은 사라진 채 '유병언 수사'가 문제의 핵심인 것처럼 부각되고 있다. 검찰은 연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 일가와 측근을 둘러싼 수사 상황을 '속보'로 흘리고 있다.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수사는 '유병언 일가'에 집중된 채 정부 책임론을 둘러싼 핵심 의문에는 빗겨나 있다. 검찰은 유병언만 잡으면 세월호 참사 의혹이 풀릴 것처럼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지만, '골든타임의 비밀'과는 거리가 먼 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는 과정에서 무책임하고 어설픈 구조작업으로 인명피해를 키운 책임 당사자는 결국 정부 당국과 해양경찰청이기 때문이다. 침몰 사고가 참사로 커진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숱한 의문들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으나 이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검찰은 광주지검에 해경 수사 전담팀을 꾸리고 수사에 나섰지만, '뒷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경 수사는 왜 하지 않느냐"는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시늉수사'라는 의혹도 여전하다.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참사의 핵심 책임 부처로 지목받았지만, 수장인 이주영 장관은 최근 개각에서 유임됐다. 검찰이 유병언 수사에 집중해 여론의 시선을 모으는 동안 정부는 조용히 책임론에서 벗어나고 있는 셈이다. 검찰이 유병언 수사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작 유 전 회장과 아들을 둘러싼 소재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73세 노인 한 명을 잡지 못해서 전국적인 '임시 반상회'를 여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유 전 회장 손가락을 둘러싼 신체적 비밀이 이 자리에서 논의됐지만, 이런 반상회를 왜 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유병언 검거 위해 전국 임시반상회 개최(사진:YTN캡처)
검찰의 무능 때문에 국민이 수사관을 대신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다는 비판이다. 국회 국정조사와 세월호 재판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정부책임론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법원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증거보전 신청을 받아들이는 등 의혹 해소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 인천지방법원은 16일 송국빈 다판다 대표 등 유병언 측근 8명에 대한 재판을 연다. 이들에 대한 공판은 지난 1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세월호 승무원 재판처럼 매주 한 차례 이상 재판을 진행하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오영중 서울변호사회 인권위원장은 "검찰이 책임의 큰 주체인 해경의 관제와 구조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하지 않고 유병언 문제에 집중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면서 "가족들과 협의해 진도와 제주 VTS 증거보전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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