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순풍산부인과’의 귀여운 꼬마 정배가 어느덧 스무 살이 훌쩍 넘은 청년으로 성장했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누군가는 아역배우의 성장을 통해 느낀다 했다. 그 말이 맞다. 정배는 이제 더 이상 천진난만한 여섯 살 아이가 아니다.‘청춘학당-풍기문란 보쌈 야사’(이하 ‘청춘학당’) 개봉을 기념해 아시아경제와 만난 이민호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남자였다. 거침없는 듯 하면서도 신중했다. 사뭇 진지하다가 갑자기 밝아지는 이중성이 있었다. 물론 그런 이중성은 긍정적 매력으로 작용했다. 어릴 적부터 연기를 해서 그런지, 나이보다 상당히 어른스럽다는 것도 그의 특징 중 하나였다.이번 영화에서 이민호는 조선 최고의 건축가를 꿈꾸는 목원 역을 맡았다. 사극 연기가 처음이 아닌 만큼 한복도 제 옷처럼 어울렸고, 코믹한 표정 연기도 맛깔스럽게 소화했다. 안타깝게도 극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개봉 일주일 만에 IPTV 서비스를 시작하는 쓴맛(?)을 봐야 했다. 그러나 모든 영화가 흥행으로 설명될 수는 없는 법. 이민호는 ‘청춘학당’에서 19금 연기에 도전하면서 과감하게 성인 배우로 거듭났다. 아역배우와 성인배우의 중간 어디쯤에 있던 그에게는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민호
도전에 앞서 본인도 걱정을 했다. 19금 로맨스 코미디는 처음 도전하는 장르다보니 감정 이입이 쉽지 않았단다. 이 배역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도 고민해야 했다.“배우로서 언젠가는 도전을 해야 할 장르였고, 해내야 할 문제였어요. 이번 기회에 도전해보자고 생각하게 됐죠. 이십대 초반이라 좀 빠를 수도 있지만 배우로 도전해보고 싶었어요.”쾌활한 배우들의 집합인 만큼 촬영은 매우 재밌었다고 했다. 백봉기가 맏형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의 유쾌한 입담에 여러 번 현장이 초토화됐단다.“형이랑은 열 몇 살 차이가 나요. 영화보다 실제가 더 재밌는 분이에요. 우리 영화가 일정이 타이트하다보니까 여유는 많이 없었는데, 그래서 아쉬움이 많았죠. 흥이 나려고 하니까 마지막 촬영이고 그랬어요. 우리끼리 수다는 많이 떨었어요.”이민호는 백봉기가 예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가정을 꾸린 모습이 부럽다고 털어놨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도 가끔은 해본단다. 백봉기에게 결혼 생활에 대한 질문도 많이 했다. 그는 “애도 예쁘고 아내분도 정말 예쁘다”며 부러운 듯한 눈빛을 내비쳤다.
이민호
작품에서 코믹 연기를 했지만 실제로 이민호는 ‘개그감’이 있지는 않다. 함께 연기한 배슬기 역시 이에 대해 격하게 동의했다. 그는 “이민호는 정말 재미 없는 남자”라며 “만약 영화에서 웃겼다면 연기를 정말 잘한 것이다”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이민호 본인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분위기 메이커가 되고 싶어서 노력을 하죠.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웃음) 어쨌든 이번 현장에서 도령 삼인방 같은 경우 호흡이 중요했거든요. 처음에 빨리 친해지기 위해 배우들끼리 모여서 술도 마시고 그랬어요. 덕분에 호흡은 정말 좋았던 거 같고요.” 극중 이민호는 큰 노출을 하지 않지만, 성은 등 여배우들은 과감한 노출을 감행했다. 물론 이들을 배려해서 노출 연기가 있던 날 현장에는 일부러 안 갔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그러니까요. 훔쳐보는 장면에서는 우리 눈동자만 따로 찍었어요. 의상팀 누나가 ‘못 봤어? 그걸 봐야지’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이민호
아역배우들은 과거 모습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많다. 함께 ‘순풍산부인과’에 출연했던 김성은 역시 미달이 이미지에 갇혀 오랜 기간 고통받은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민호는 ‘정배’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그저 고맙다고 고백했다. 사실 아역배우는 캐릭터가 중요한데, 얄미운 미달이와 달리 정배는 순하고 귀여웠던 아이였다. 또 한 가지, 연예계에는 동명의 배우가 존재한다. 바로 ‘꽃보다 남자’로 유명한 이민호다. 최근 ‘상속자들’을 통해 또 한 번 인기 홈런을 치기도 했다. 데뷔 시기로 따지면 엄연히 이민호가 선배지만 나이는 ‘꽃남’ 이민호가 더 많다. “이민호라는 이름의 배우가 또 있다고 해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요. 그냥 팬들이 그리 만드는 거 같아요. 헷갈린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개의치 않아요. 이제 와서 이름을 바꿀 수도 없잖아요. 그 분과 서로 윈윈하고 싶어요.”아직 이십대 초반인 만큼 이민호는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은 꿈을 지녔다. 연기를 해 온 날보다 앞으로 할 날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싸이코패스는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어릴 때 제가 경찰, 군인이 꿈이었거든요. 총 쏘고 이런 걸 좋아해서 킬러나 특수요원, 살인마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지금과 또 다른 새로운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네요.”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대중문화부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