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전문기자 조용준기자
숨어 있던 대간령 옛길을 걷는맛은 고즈넉하고 여유롭다. 포근하게 쌓인 눈길을 헤치고 대간령에 서면 저 멀리 동해바다가 손짓한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마장터라고 들어보셨나요? 얼핏 짐작은 되시겠죠. 바로 마ㆍ소를 팔고 사는 장터 즉 가축시장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럼 대간령(大間嶺)은 어떠신가요. 영서와 영동을 잇는 태백산맥의 관문인 대관령(大關嶺)을 잘못 적은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살짝 고개를 들죠. 아닙니다. 진짜 대간령입니다.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와 고성군 토성면 사이에 있는 고갯길이 바로 대간령입니다. 진부령과 미시령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는 뜻에서 '샛령', '새이령'으로 불렸고 또는 석파령(石坡嶺)이라고도 전해오는 길입니다. 옛부터 영서, 영동지방으로 통하던 유일한 길이자 가장 빠른 길이였기도 하고요. 지금도 옛 마장터의 흔적들이 남아 있고 주변에는 주막터, 마산봉(1058m), 금강산 남쪽 제1봉인 신선봉(해발1204m), 성황골, 구절터 등 크고 작은 골짜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숨어있던 이 옛길이 아웃도어맨들의 입소문에 최근 핫한 길로 떠올랐습니다. 산악자전거로 대간령을 넘거나 트레킹을 하기도 하고, 텐트를 챙긴 비박꾼들도 심심찮게 오르기도 하니 말입니다.눈 덮힌 대간령 옛길을 걷는 트레커들
배낭을 챙겨 메고 폭설이 내린 대간령 옛길을 찾아 나섰다. 길은 인제군 북면의 용대리 박달나무쉼터에서 시작해 작은새이령, 마장터, 대간령(새이령)구간이다. 이곳에서 대간령까지 갔다가 원점으로 돌아오면 약 8km로 4~5시간이 소요된다. 겨울산행의 필수장비인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설국으로 들어선다. 휴대폰이 먼저 기가 죽고 바로 세상과 단절을 고한다. 액정의 안테나가 사라지면서 외부세계와 불통임을 알린다.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만이 상쾌하게 귓전을 때린다. 옛길은 고즈넉하다 못해 적막할 정도로 조용하다. 가지마다 하얀 옷으로 치장한 나무들만이 경쟁하 듯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목덜미를 파고드는 매서운 칼바람에 몸은 움츠려 들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눈꽃과 칼바람이 함께 하는 이 맛이 겨울산행의 진정한 묘미 일터. 눈이 길을 만들고 또 지우는 산길을 따라 오르는 운치도 멋스럽다. 대간령길은 무난하다. 급하게 오르막이 있지도 않고 돌길도 아니라 아이젠 등 장비만 잘 챙기면 누구나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마장터
다시 길을 나선다. 지루할 정도의 완만한 눈길이 계속 된다. 지난 폭설로 인해 계곡은 온통 눈을 뒤집어쓰고 침잠에 빠진 듯 조용하다. 이 대간령 옛길에 대해 '그리움으로 걷는 옛길'이란 기행문에서 안치운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길은 오랜 세월 동안 인내하면서 제 모습을 지니게 되고, 걷는 이의 발아래 놓이면서 누구도 거부하지 않는 겸손으로 쓸모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이처럼 대간령은 고즈넉함으로 사람이 잘 다니지 않은 길의 처연함과 한없는 느긋함 때문인지 언제나 걷는 이의 마음을 잡아챈다. 마장터를 떠난지 40여분 길은 조금씩 험해진다. 허벅지가 팍팍해지고 호흡이 빨라진다. 심한 경사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평탄한길이 아님에 힘듬은 더하다. 대간령에 가까워질수록 길은 좁아지고 급하게 굽이굽이 치며 오른다. 영서와 영동의 사이를 넘는 바람이 거세다 못해 거칠다. 돌무더기와 돌탑을 만난다. 군데군데 산행에 나선 이들이 마음 담아 쌓아 놓은 돌탑이 아름답다. 바로 대간령(641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