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술한잔에 우리 아기 IQ가…

태아에 전달된 알코올 각종 문제 일으켜.. '소량도 영향 있다'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임신 중 담배를 피우는 간 큰 여성은 논외로 하자. 술은 어떨까. '와인' 한 잔 정도는 건강에 좋거나 최소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론 '절대 안 마실테다' 다짐하며 실천하는 엄마가 훨씬 많겠지만 말이다. 오래된 논란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복잡하지만 명료한' 연구결과 하나가 발표됐다. 비록 우리나라 엄마를 대상으로 한 건 아니지만 그 결과가 너무 호소력 있다. 아기의 '지능'을 다루고 있어서다.  ◆"한 잔도 안돼" vs "적당한 음주는 안전"'술 좀 마셨던' 여성이라도 임신을 하면 대부분 끊는다. 하지만 10달을 '무알코올'로 지내는 게 좀 힘든 사람도 없지 않을테다. 이들이 산부인과 의사들에게 물으면 대충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안 마시는 게 좋지만 꼭 드셔야 한다면 아주 조금만 드세요." 임신부는 이 말을 자기 편한 대로 해석할 수 있다. "절대 안 된다는 말은 아니구나."학술적 지침도 제각각이다. 어떤 단체는 "한 잔도 마시지 말라" 하고 다른 곳은 "적당한 음주는 안전하다"고 한다. 음주가 태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 연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결과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는 태아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여러 생활요소 중 '음주'의 효과만을 떼어내 측정하기 어려워서다. ◆와인 한 잔 마셨을 뿐인데, 아이의 지능이…영국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는 이런 의문을 푸는 데 매우 신뢰도 높은 증거를 제시한다. 결론은 "소량의 음주라도 태아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살펴본 건강지표는 출생 후 아이의 '지능지수'다. 연구팀은 1990년대 시행된 연구자료를 토대로 4000여명의 여성과 그 아이들을 추적 관찰했다. 이들은 1주에 1∼6단위(unit)의 알코올을 섭취했다. 1주에 와인 125㎖ 1∼2잔을 마시는 수준이다. 맥주 한 잔은 2단위 정도다.아이 4000여명이 8세가 됐을 때 지능을 검사했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은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보다 지능이 유의하게 낮았다. 연구팀은 유전적 변이에서 그 원인을 찾았는데, '음주 엄마'를 둔 아이들의 알코올 대사 유전자에서 4가지 변이가 발견됐다. 이는 임신과 동시에 술을 완전히 끊은 경우엔 나타나지 않았다.엄마의 음주는 태아의 알코올 대사 능력에 문제를 일으켰고, 이는 알코올이 높은 수치로 오래 동안 체내 남아있게 해 영향을 준 것이란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모든 산모가 단 한 방울의 술도 마시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느 정도의 음주가 안전한지는 산모의 상태나 환경에 따라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불이익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그 위험에 스스로 노출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아빠의 음주는 괜찮을까?소량이 아닌 '지나친' 음주는 태아의 뇌를 손상시키거나 신체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경민선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알코올은 태반을 타고 태아에게 직접 전달된다"며 "명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태아의 뇌ㆍ심장ㆍ척추 등 신체적 기형뿐 아니라 행동장애, 학습장애 등을 일으키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태아 알코올 증후군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김영주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설명도 비슷하다. 김 교수는 "보통 임신 5개월 후에는 맥주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 하지만 매일 그렇게 마셔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며 "원칙적으로 좋은 음주라는 것은 없으며 특히 태아가 알코올에 만성적으로 노출될 때 건강상 위험은 크게 증가한다"고 말했다.그렇다면 엄마만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할까.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시행한 동물실험 결과는 아빠의 음주가 아이에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알코올을 투여 받은 쥐의 고환 무게와 정자 운동성이 감소했고 이는 후손에게 전달되는 경향을 보였다. 임신 중 술을 마시면 후손의 지능과 생식기능이 떨어진다는 것, 자제력 없는 개체는 선택하지 않겠다는 자연 법칙 중 하나일까.신범수 기자 answ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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