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조석래···'한국 경제대사' 추모물결

LG 창업고문 구평회 E1 명예회장 별세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 이창환 기자] 범 LG가를 비롯한 정ㆍ재계 주요인사들은 20일 작고한 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을 '국제통'으로 기억했다. 재계 원로로서는 드물게 유창한 영어 실력을 보유한 구 명예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국가 경제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점에도 이견이 없었다. 지난 21일 빈소(서울아산병원)를 찾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고인에 대해 "우리 집안에서 가장 똑똑하고 글로벌 감각을 가진 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이어 2시간 가량 빈소에 머물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조문 행렬에 동참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자신이 모든 것을 이루고도 무대 뒤로 숨어버리는 분"이라며 "마음을 비운 사람, 내가 아는 회장님의 진면목"이라고 조의를 표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구평회 명예회장을 '글로벌 마당발'로 묘사했다. 이 전 총리는 빈소를 찾아 "(구평회 명예회장은) 대표적인 재계의 글로벌 마당발이었다"며 "외국에 나가 'PH 구'라고 하면 다들 '아시아의 젠틀맨'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구평회 명예회장과 이 전 총리는 2002년 한ㆍ일월드컵 유치위원장 바통을 이어받은 사이로 1994년 당시 이 전 총리 뒤를 이어 구평회 명예회장이 위원장으로 추대, 월드컵 유치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LG를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 고인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으로 1926년 경남 진주시 지수에서 만회 구재서 공(公)의 5남으로 태어났다. 1945년 진주 공립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를 1951년 졸업한 뒤 럭키화학(현 LG화학)으로 입사해 기업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구 명예회장은 뛰어난 교섭력과 외국어 실력으로 LG화학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주도했으며 1967년 미국 칼텍스와의 합작을 통해 민간석유화학공업의 효시인 호남정유(현 GS칼텍스)를 설립했다. 이후 1984년 한국 최초의 LPG 전문회사인 여수에너지(현 E1)을 설립함으로써 한국 중화학공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또한 재계를 대표하는 국제통으로 '재계의 외교관'으로 통했다. 재계 원로로는 드물게 탁월한 영어실력을 바탕으로 국제 무대에 많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국제회장과 한미경제협의회 회장 등을 맡아 국제민간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다.한국무역협회장 재임 시 1조2000억원 규모의 코엑스 건립을 주도함으로써 무역인프라 구축은 물론 한국 제조업 성장에 많은 기여를 했다.지난 2001년부터 한미협회장을 맡아 팔순의 나이에도 양국의 우호증진을 위해 많은 노력과 성과를 이루기도 했으며 특히 LS그룹의 세 집안 간 공동경영의 아름다운 경영정신을 정착시키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유족으로는 구자열 LS전선 회장을 비롯해 구자용 E1 회장, 구자균 LS산전 부회장, 구혜원 푸른저축은행 회장 등이 있다.장남인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명예회장님께서는 '묵묵히 일하고 깨끗이 떠난다'는 평소 원칙을 지켜온 참 기업인으로 우리 모두에게 기억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기업경영에 있어 명예회장님의 정신을 이어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구평회 명예회장의 발인은 24일 오전 8시로 장지는 광주공원 묘원이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이창환 기자 goldfis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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