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강창희 국회의장이 17일 제64주년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국회 특권포기와 경제민주화 실천, 제헌의회 조형물 건립 등을 주문했다.다음은 강 의장의 경축사 전문이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헌정회장님과 역대 국회의장님, 각 당 대표를 비롯한 동료의원 여러분, 양승태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김황식 국무총리, 김능환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외교사절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오늘 제헌절의 뜻 깊은 기념식에 참석해 주신데 대해 입법부를 대표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1948년 5월 31일, 우리 민족사상 최초로 백 아흔 여덟 분의 제헌의원들이 헌법을 제정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한 칸 의사당이 따로 없어서 제헌의회는 정부청사를 빌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은 애국심과 열정만으로 밤을 낮 삼아 일해서 조국과 겨레에 대한민국헌법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분들 중에 생존해 계신 분은 이제 한 분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분들의 업적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 분들은 우리 대한민국의 번영이 있게 한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였습니다. 헌법을 열 번 백 번 다시 만든다 해도 그 분들은 똑같은 헌법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합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와 번영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지금 우리는 넓고 훌륭한 국회의사당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사당 그 어디에도 제헌의회의 업적을 기릴만한 기념물 하나가 없는 실정입니다.이제 우리도 앞선 세대의 공로를 인정하고 그것을 기리는 사회로 나아갈 때가 되었습니다.저는 이 의사당 중앙홀에 제헌의회를 기리는 조형물을 건립할 것을 제의하고자 합니다. 64년의 대한민국 헌정사에는 파란과 굴곡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대한민국 헌정사는 성공의 역사였습니다. 우리는 이 헌법 아래 침략을 막아냈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이 헌법 아래 우리는 훌륭하게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 우리 사회 일각에는 헌법을 경시하고 부정하는 풍조가 있습니다. 심지어 국회에서까지 헌법정신이 훼손되고 빈번하게 폭력이 저질러졌습니다. 이 같은 일이 더 벌어져서는 안 됩니다. 저는 우리 국회부터, 진정으로, 헌법을 최고의 규범이요 가치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을 대한민국의 혼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국회의원부터 헌법책자를 가슴에 품고, 헌법의 구현자요 수호자로서의 책무를 다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헌법정신이 국민의 일상 속에서 정교하게 살아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바로 이것이 선진법치사회의 출발일 것입니다. 이런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국회부터 제헌과 건국의 역사, 그리고 헌법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개인의 정치적 혹은 이념적 지향과 관계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면 헌법을 존중하고 우리 역사를 소중히 여길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지원할 것은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여야와 협의를 거쳐서 국회 내에 관련 기구 설치를 추진하겠습니다.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4. 11 총선에서 국민들께서는 국회 의석 분포를 참으로 절묘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국민의 뜻은 여야가 마음을 합치라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지금 민생이 매우 고통당하고 있습니다. 국민경제가 많이 어렵습니다. 바로 이런 때야말로 국회가 새로운 전통을 세울 때입니다. 마음을 모아서 국민이 어려울 때 힘이 되어드려야 합니다. 특히 19대 국회부터는 대화와 타협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국회 스스로 그것을 국민에게 다짐하고 제도화했습니다.그런 점에서 19대 국회는 또 하나의 역사적인 시험대입니다. 오늘 제헌절 아침에, 우리 모두가 새로운 국회, 신뢰받는 국회의 이정표를 세울 것을 다 함께 다짐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의원 여러분,우리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우리는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끼쳐 드렸습니다. 이제는 정말, 시대에 뒤떨어진 특권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국민들은 국회가 더 밑으로 내려올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따라야 합니다. 국회의 역할과 책무를 다 하는데 다소 불편이 따를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려가야 합니다. 아쉬움이 있더라도 버릴 것은 버려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몸은 한결 가벼워지고, 우리 정신은 한층 맑아질 것입니다. 국민과 나라의 미래를 가슴에 새긴다면, 이른바 특권이 없어서 국회가 하지 못할 일은 아무 것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역대 어느 국회보다 무겁고 역사적인 짐을 하나 더 지고 있습니다. 경제민주화 과업이 바로 그것입니다. 경제민주화는 헌법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그렇다 해도 경제민주화의 길은 험난할 것입니다. 해결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고, 이해관계는 복잡합니다. 다행인 것은, 여야는 물론 국민 다수가 경제민주화라고 하는 큰 목표에 대해서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경제민주화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뿌리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서 100년 갈 수 있는 건강한 경제로 만드는 도정이라는 믿음을 우리는 더욱 굳게 가져야 합니다. 이 역사적 과업을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대타협의 정신입니다. 대화와 타협으로 풀지 못할 일은 세상에 없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19대 국회가 이 나라 헌정사에 기념비를 세운다는 각오로 경제민주화 과업에 임해야겠다는 것을 특별히 당부하고자 합니다.또 하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정부가 국회를 경시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정부의 모든 일은 투명해야 하고, 공개되어야 하며,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국회를 건너뛰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국회는 물론 국민을 무시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입법부의 수장인 저부터 나설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정부의 독주는 용납되지 않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여야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 우리 헌정사에 굴곡이 많았습니다. 국회가 국민들의 의지처가 되지 못한 때가 많았습니다. 이제는 새롭게 나아가야 합니다.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전당이 되어야 합니다. 희망의 언덕이 되고, 통합의 용광로가 되어야 합니다.오늘 제헌절 아침에 우리 모두 이것을 다짐했으면 합니다. 간절히 바랍니다.국회의장부터 역동적으로 새로운 국회상 구현에 진력할 것을 다짐하면서 경축사에 대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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