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생 캐디와 함께 생활하다 보니 요즈음은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많이 생겨납니다.신입 캐디들이 이제는 제법 언니 흉내를 내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못하는 것 보다 잘 하는 것도 많아졌습니다. 오히려 너무 잘해서 제가 곤욕을 치른 적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인가는 제가 불러주는 거리에 대해 "조금 짧다"라고 말씀하신 고객께서 "(저와 동반한) 교육생 캐디가 훨씬 더 정확하게 거리를 알려 준다"며 제 자존심을 순식간에 무너뜨렸습니다.저야 뭐 그다지 신경 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린에서도 제가 놓은 공은 홀을 싹싹 피해 가는 반면 신입 캐디가 놓은 공은 홀에 쏙쏙 들어가 9개 홀에 버디를 2개나 잡습니다. 태연한 척 했지만 고객께서 "우리 교육생 언니 최고~"라고 외칠 때 마다 제 키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조금 있으면 페어웨이에 얼굴에 닿을 것만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언니 속도 모르는 우리 교육생 캐디는 고객의 칭찬에 힘이 솟아 아예 '마징가 제트'가 된듯 합니다. 사실 신입 캐디가 실수를 할까봐 눈치를 본 적은 많아도 경력이 일천한 교육생과 비교된다는 건 경력 캐디의 자존심이 땅바닥에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라운드 도중 갑자기 저만 혼자인 것 같습니다. 다들 서로 칭찬을 곁들이며 하이파이브까지 난리가 났지만 저만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음이 무거웠던 라운드가 끝나자 교육생 캐디가 저에게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언니 저 이런 기분 처음 느껴 봐요" "무슨 기분?"이라고 묻자 "제가 놓은 공이 버디가 될 때 날아갈 듯이 기뻤어요. 마치 제가 한 것 같았어요"라고 대답합니다.그 캐디의 말이 가슴 깊이 남아 지금의 제 모습을 반성하게 만듭니다. "(나는 고객의 버디에 이렇게 함께 기뻐했을까? 경력이 쌓였다고 무성의하거나 고객을 기만하지는 않았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교육생의 언행이 초심을 생각하게 만드는 날입니다.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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