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5월의 칸(Cannes)은 특별하다. 인구 20만 명에 불과한 지중해의 작은 항구 도시인 칸은 매년 5월만 되면 일순간 아트하우스 영화의 성지로 변한다. 칸 국제영화제(이하 칸)는 프랑스 정부에 의해 1946년 조촐하게 시작됐다. 1932년 무솔리니가 이탈리아 문화 정책의 프라파간다로 이용하기 위해 출범한 베니스국제영화제보다 14년 늦다. 다행히도 시작만 초라했다. 이후 칸은 예술 영화와 상업 영화를 두루 안배하는 영리한 프로그래밍으로 '선배' 영화제들인 베니스와 베를린을 밀어내고 세계 최고의 영화제가 됐다.칸이 16일(이하 현지시간)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웨스 앤더슨 감독 연출, 브루스 윌리스ㆍ에드워드 노튼ㆍ틸다 스윈튼 주연의 개막작 '문라이즈 킹덤' 상영을 필두로 폐막식이 열리는 27일까지 12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것이다. 황금종려상, 심사위원대상, 남ㆍ여 연기상, 감독상 등 주요 상을 나눠 갖는 공식 경쟁 부문에 총 22편의 영화가 올랐다. 올해로 사망 50주년을 맞은 배우 마릴린 먼로를 아이콘으로 삼은 만큼 65회 칸은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영화가 강세다. 개막작이자 경쟁 부문 진출작 '문라이즈 킹덤' 외에도 '코스모폴리스'(데이빗 크로넨버그) '킬링 뎀 소프틀리'(앤드류 도미니크) '머드'(제프 니콜스) '페이퍼 보이'(리 다니엘스) '로리스'(존 힐코트) 등 6편이 북미 산(産)이다.
유럽 영화들의 파워는 예년보다는 다소 약한 느낌이다. '홈 그라운드' 프랑스는 거장 알랭 레네의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와 레오 카락스의 '홀리 모터스', 자크 오디아르의 '러스트 앤 본' 등 세 편의 영화를 경쟁 부문에 올렸다. 칸에서 이미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칸 '적자(嫡子)' 아트하우스 감독들의 신작들도 다시 영광을 노린다. 켄 로치는 '천사들의 몫'으로 2006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 이어 한번 더 황금종려상을 노리며, 미카엘 하네케의 '아무르', 월터 살레스의 '온 더 로드', 크리스티안 문주의 '비욘드 더 힐스'도 경쟁 부문에 올라 있다.올해 칸에서는 유독 한국의 급부상을 주목할만하다. 과거 아시아 영화의 맹주였던 중국, 일본이 경쟁 부문에서 완전히 실종된 반면, 그 빈 자리를 한국의 '양(兩)' 상수가 채운다. 홍상수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의 '돈의 맛'이 65회 칸 경쟁 부문에 동반 진출하는 쾌거를 기록했다. 또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장동건, 장백지가 주연한 한ㆍ중 합작 '위험한 관계'와 연상호의 독립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감독 주간에, 신수원의 '써클라인'이 비평가주간 중ㆍ단편 부문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양' 상수가 함께 칸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임상수가 '그때 그 사람들'로 2005년 비공식 섹션인 감독주간에 초청됐을 때 홍상수는 '극장전'으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또 임상수가 2010년 '하녀'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을 때 홍상수는 '하하하'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올랐다. 임상수의 칸 경쟁 부문 진출은 '하녀'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며, 홍상수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극장전'에 이어 세 번째다. 지금까지 칸 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가 동시에 초청받은 경우는 꽤 많다. 홍상수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박찬욱의 '올드보이'가 초청받은 2004년에는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이창동의 '밀양'과 김기덕의 '숨'이 초청된 2007년에는 '밀양'의 전도연이 여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이창동의 '시'와 임상수의 '하녀'가 동반 진출한 2010년에는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두 편의 한국 영화가 경쟁 부문에 초청됐을 때 공교롭게도 꼭 한 편의 한국 영화는 상을 받았다. 27일 칸 시상식 결과가 유독 궁금해지는 이유다.
태상준 기자 birdcage@ㆍ사진제공=Festival De Canne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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