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끈한 국산車 실루엣…그들의 손길이 느껴진다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디자인은 제품에 상품성과 가치를 부여한다. 특히 자동차의 디자인은 브랜드 가치와 직결되고 브랜드 가치는 곧 실적과 비례한다.국내 완성차 업계에 이 같은 중책을 맡은 5인방이 있다. 현대자동차의 크리스토퍼 채프먼 수석디자이너, 기아자동차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 한국GM 김태완 부사장, 르노삼성자동차 알렝 로네 상무, 쌍용자동차 이명학 상무가 그 주인공이다.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이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을 설명하기 위해 현장에서 K9의 스케치 작업을 직접 시연하고 있다.
기아차 K9 출시를 앞두고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는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이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히딩크'로 불리는 그는 유럽 자동차기업 폭스바겐그룹에서 26년을 근무하다 지난 2006년 기아차로 이적했다. 사실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이 기아차로 이적할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당시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외국인 디자이너를 경쟁적으로 영입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하지만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이 2009년 K7을 시작으로 내놓은 K시리즈의 반향은 매우 컸다. '싸고 쓸만한' 기아차를 '디자인'의 기아차로 한 계단 격상시킨 것이 피터 슈라이어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수 없을 정도로 K시리즈에 대한 호평이 줄을 이었다. 다음 달 2일 출시 예정인 K9에 대한 시장의 관심 역시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K5와 스포티지R 등은 지난해 독일디자인협회가 선정한 '외장 디자인(Automobile Exterior)' 부문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08년 이후 기아차의 가파른 성장세는 기술력과 디자인이 만들어낸 성과”라며 “앞으로 출시될 K9 등 시리즈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공략이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크리스토퍼 채프먼 디자인 수석디자이너
현대차 역시 정의선 부회장의 주도로 '제2의 디자인혁명'을 시작했다. 제2의 디자인혁명을 주도하는 디자이너는 BMW출신의 크리스토퍼 채프먼이다. BMW의 X5, X3, Z5 등을 디자인한 그는 BMW의 유명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에 못지 않은 실력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현대차에 합류해 현대차에 적용된 '플루이딕 스컬프처(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선)' 콘셉트에 '기능성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을 내놓겠다고 밝혔다.현대차 디자인센터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기아차 시절 K시리즈로 성공한 경험을 살려 새로운 디자인 책임자를 영입한 만큼 회사 내부적으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김태완 한국GM 부사장은 이명학 쌍용차 상무와 함께 몇 안되는 한국인 디자인총괄임원이다. 그는 지난 2006년부터 한국GM(옛 GM대우) 선행디자인담당 및 익스테리어 디자인담당 임원을 역임했다. 2007년부터는 디자인센터 총괄 임원을 맡아왔다. 한국GM 임원 취임 후 스파크, 아베오, 크루즈, 올란도 등 글로벌 차량 디자인을 주도했다.김 부사장은 앞으로 소형차와 경차 중심의 디자인에 주력할 전망이다. 한국GM이 글로벌GM의 소형차, 경차 개발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한국GM이 공략해야할 소형차와 경차분야에 김 부사장의 노하우가 집중될 전망”이라며 “글로벌GM 내 그의 위상이 상당한 만큼 쉐보레 브랜드와 디자인 콘셉트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이명학 쌍용차 상무의 디자인은 쌍용차와 고락(苦樂)을 함께했다. 지난해 인도 마힌드라에 인수된 이후 재도약을 노리고 있는 이 상무의 목표는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오래 사랑받는 차다. 뉴 체어맨W 출시를 시작으로 '패밀리룩' 도입에도 뛰어들었다. 이 상무는 다목적 유틸리티차량(SUV) 강자로서 쌍용차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도 XIV-2의 콘셉트 디자인을 선보였다. 그는 “XIV-2의 콘셉트를 실제 양산까지 최대한 이어갈 계획”이라며 디자인에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지난해 11월 새로 취임한 르노삼성 알랭 로네 상무는 프리미엄 전략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하지만 르노삼성이 디자인부문에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올해 SM5 부분변경 모델을 제외하고 신차 출시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르노삼성 측은 “풀 체인지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 새로운 콘셉트 디자인의 차량을 내놓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일반적으로 디자인 책임자의 디자인이 자동차에 반영되기까지 최소 3~4년이 걸리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철영 기자 cyl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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