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단상]에너지 아끼는 설비 갖추는 게 미래 투자다

매일 아침 신문을 펼치면 '고공행진'이라는 익숙한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주식 시장에 대한 소식이라면 반기겠지만 안타깝게도 국제 유가가 오르고 있다는 내용이다. 요즘 같은 기름값 상승은 우리 기업인에게는 치명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고유가 시대를 예견하고 철저하게 대비해 놓은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제조산업 현장에 있는 기업들은 업종 전환을 고민하거나 문을 닫는 최후의 선택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굳이 지구온난화나 화석연료 고갈로 환경과 에너지 문제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거시적인 관점이 아니더라도 우리 기업의 생존을 위해 무엇보다도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이 '에너지 절감' 문제다.  이 같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한 대기업들은 앞다퉈 에너지 절감 설비를 도입하고 있다. 기업별로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거나 에너지 비용이 전체 매출액의 일정량을 넘지 않도록 설정하는 등 높은 에너지 효율을 구가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제품을 판매해 올리는 수익도 중요하지만 '에너지가 곧 비용'이라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대기업의 이 같은 노력에도 산업 전체 규모로 봤을 때 국내 기업이 가야 할 길은 멀고도 멀다. 온실가스 감축이나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과 같은 국제적 이슈에 맞춰 국내 에너지 절감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아직 대부분의 기업에 에너지 절감 설비의 도입은 그다지 와닿지 않는 사안이다. 당장 비용을 줄이고 생산을 늘려도 경쟁에서 살아남을지 미지수인 판국에 생산과 다소 동떨어진 에너지 절감 설비에 대한 투자는 사실 언감생심일 뿐이다. 필자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이 같은 상황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에너지 절감 설비를 업으로 하는 필자의 비즈니스 대상은 주로 장치 산업으로 분류되는 발효, 화학, 식품 산업인데 이들 기업의 담당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원재료와 함께 원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에너지 비용임에도 설비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경비 절감 효과에 대한 불확신으로 설비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에너지 절감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는 투자한 만큼 이상의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과거에는 유럽의 몇몇 기업이 관련 기술을 독점했지만 지금은 국내 기술도 그들과 어깨를 견줄 만한 수준까지 왔다. 한텍엔지니어링의 주력 제품인 에너지 절감형 농축설비 역시 액체를 농축할 때 사용되는 고온의 증기를 재사용하도록 만들어 에너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중소기업에 불과하지만 최대 94%까지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으며 2년 내에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수준이다. 그럼에도 에너지 절감 설비 시장이 최근까지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비가 높아 기업에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유가 시대가 지속되고 에너지 비용에 대한 절감 효과가 점점 커지면서 과감히 이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먼저 에너지 절감 설비를 적용한 기업의 성과를 확인한 주변 기업이 뒤늦게나마 도입을 결정하는 것도 에너지 절감 설비 시장의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이제는 기업인들의 용기 있는 결정만 남았다. 지금 이 시기만 버텨낸다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리고 지금부터라도 에너지 절감 대책을 마련해 놓기를 권한다. 이는 기업이 외부 요인으로 인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더 큰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가장 큰 투자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의 고유가 시대를 위기로 볼 것인가, 도약을 위한 투자의 기회로 볼 것인가에 따라 수많은 기업의 운명이 갈릴 것이다.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고 지금 당장의 투자가 먼 훗날의 '용단(勇斷)'으로 평가 받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규 한텍엔지니어링 대표<ⓒ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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