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나의 캐디편지] '나는 캐디다'

아침 출근길의 날씨나 컨디션, 심지어는 직원 식당의 아침 반찬에도 기분이 순식간에 바뀌는 게 여자의 본능입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감추고 일할 때만큼은 활짝 웃는 캐디라는 직업을 묵묵히 수행하는 프로페셔널이지요.매일 마주치는 동료들은 이제는 코스에서 뛰어가는 뒷모습만 봐도 누가 누군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가족보다도 더 많이 만나고 친구보다 더 친한 동료들, 이런 동료 없이 혼자 캐디 일을 한다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어쩌면 혼자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힘든 고객을 만났을 때는 진행이 늦는다는 질책보다 "오늘 힘들었지"라고 말하며 위로를 해줍니다. 고객이 홀인원을 하면 저희 캐디들이 더 신나 떡을 돌리며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눕니다. 한 골프장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니 오가며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한결 같은 마음으로 매일 같은 페어웨이를 밟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랫동안 캐디 일을 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가장 큰 힘이 동료들입니다. 캐디라는 직업 특성상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다 보니 항상 보는 얼굴들에 더욱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같은 편이라는 든든함도 있습니다. 힘들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지만 같은 걸 보고 느끼는 캐디들이기에 꼭 말을 하지 않아도 속내를 다 알 수가 있지요.서로 다른 꿈을 갖고 있지만 골프장 안에서는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말을 하기에 마음도 같아지는 캐디들입니다. 어김없이 또 한 해가 지나갑니다. 같이 울고 웃는 일상은 내년에도 이어지겠죠. 매일 아침 출근길 활짝 웃는 인사에 에너지를 얻고, 또 그 에너지로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얻는 우리들이 제일 소중하게 느끼는 건 해가 바뀌어도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 마음입니다.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골프팀 손은정 기자 ejso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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