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지난 2009년 정부가 거둬들인 석유 관련 세금은 약 28조원에 이른다. 원유에 붙는 관세 외에 원유를 휘발유 등으로 가공해 팔 때 내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을 모두 더한 금액이다. 2009년 총 세수가 209조7000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전체의 13%에 이르는 세수가 석유 관련 세금으로 충당됐다는 얘기다. 원유 수입액이 늘어난 올해 1분기에는 관련 세수가 1년 전보다 1조원 가량 더 걷혔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유류세 인하 문제를 두고 정부와 정유업계가 끝없이 대립해온 건 바로 이 때문이다. 막대한 규모의 관련 세금을 낮추는 게 먼저인지, 기름값을 인하하는 게 순서인지를 두고 양측은 소모적인 논리전을 거듭해왔다. 정부의 입장은 한결같다. 기획재정부는 "정유업계의 불투명한 유통구조 때문에 기름값이 비싼 것"이라며 "유가 상승세와 정유사들의 유통마진 챙기기 속에선 유류세 인하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정유사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기름값의 절반에 이르는 유류세를 내리는 게 체감 물가를 낮추는 길"이라며 맞서왔다. 하지만 이런 대립 구도에도 변화가 올 듯하다. SK에너지 등 정유사들이 잇따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한시적으로 낮추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정유사의 기름값 인하 결정 뒤엔 '석유가격 태스크포스팀(TFT)'까지 꾸려 가격 인하를 종용한 정부의 압력이 있었지만, 정유업계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용단을 내렸다"며 잔뜩 생색을 내고 있다. 어찌됐든 국민들에겐 반가운 소식. 이렇게 되면 다음 타깃은 정부가 될 수 있다. '물가를 잡겠다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엔 인색하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는다면 정부의 입장은 상당히 난처해진다. 4·27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말을 보탠다면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당장 여당에서도 유류세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6일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유류세와 기름값을 내려 국민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석유) 원가가 오르다 보니 세금도 같이 올라 (1분기 중)1조원의 세입을 더 챙겼고, 연말까지 4조원을 더 챙긴다는 분석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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