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현대자동차의 야심작 그랜저HG의 미국 출시가 내년 초로 결정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최근 그랜저HG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말 선적해 내년 초부터 미국에서 판매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안팎에서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전 모델인 그랜저TG의 단종을 고려할 때 영업 공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랜저TG는 신형인 그랜저HG 출시와 함께 생산이 중단됐는데 재고 물량을 감안할 때 올 상반기 중 미국 시장 판매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결국 HG모델 출시까지 6개월 이상 그랜저 판매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신형 그랜저
미국의 준대형차 시장은 중형차와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제품 공급의 일시 중단은 그랜저HG 판매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2005년 12월 그랜저TG가 미국 시장에 상륙했을 때, 전세대인 그랜저XG 재고 4000여 대가 남아 있었다. '재고 털이'와 함께 신차 마케팅도 자연스레 진행할 수 있었다. 현대차 영업본부 관계자는 "현대차 북미판매법인에서 요청한 것으로 안다"면서 "국내와 미국의 그랜저 출시 시기가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위험부담을 안고 그랜저HG 출시를 내년 초로 설정한 것은 미국 출시 가격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제네시스다.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가격은 3만3000~4만3000달러인데, 그랜저HG가 미국에서 판매될 경우 고급 트림(Trim)의 경우 제네시스와 겹칠 우려가 있다. 양 사장도 "미국 내 차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올 12월 미국 가격을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 이 같은 견해에 힘을 실었다. 그랜저HG 국내 가격이 220만원 가량 오른 점을 감안할 때 미국 가격 역시 3000달러 이상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지 가격도 2만8000~3만4000달러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출시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랜저HG보다 제네시스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초 제네시스 가격 인상과 함께 그랜저HG를 출시하는 게 최적의 솔루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최일권 기자 igchoi@ⓒ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