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인수' 사활건 까닭은

사업시너지+현대가 장자 적통성 확립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건설을 강력히 희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현대가(家) 장자로서의 적통성과 사업적 시너지효과 극대화다.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현대건설 인수 후 추진할 거대한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기존 자동차전문그룹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종합사업군을 가진 그룹으로 거듭난다는 커다란 목표를 설정했는데, 건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주요 골자였다. 현대ㆍ기아차 뿐 아니라 현대제철, 로템 등 주력업체들과의 시너지를 내는데 제격이라는 설명도 강조됐다.올해는 그룹 창립 10주년인 해다. 현대건설 역시 때마침 매물로 나왔다. 현대차는 익히 알려진 대로 작년까지만 해도 현대건설에 관심이 없었다. 올 들어 급격히 입장선회를 한 것은 자동차 그룹이라는 기업의 면모를 일신할 수 있는 매물이라는 점 때문이었다.지난 9월1일 예정됐던 현대차그룹의 창립10주년 기념식 및 비전선포식이 무기한 연기된 것도 현대건설 때문이라는 얘기도 설득력을 얻는다. 건설을 인수한 뒤 규모를 키워 비전을 선포하는 게 모양새가 더 좋지 않겠냐는 설명이다.장자의 적통성도 꾸준히 거론됐던 부분이다. 현대건설은 과거 현대의 모태가 됐던 기업인만큼 그 상징성은 매우 크다. 현대의 정통성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건설을 보유해야만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현대차그룹은 공식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이 고 정몽헌 회장을 통해 적통성을 부각시킨 만큼, 맞대응할 경우 상대논리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대신 KCC, 한라 등 범현대 계열이 말없이 미는 형국을 연출했다. 정몽진 KCC 회장은 지난 7월 고 정인영 한라그룹 회장 4주기 행사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분위기상 현대가가 모여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야 한다는 정서가 남아 있으며, 그런 뜻이 모아지면 장자(정몽구 회장) 중심의 컨소시엄이 돼야 하지 않겠냐"고 답한 바 있다. 범현대가의 간접 지원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그룹 컨소시엄 일원으로 참여한 동양종합금융증권과의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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