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일제고사, 무엇이 문제인가.. 팽팽히 맞서는 교과부와 일선 교사들지난 13, 14일 전국 초·중·고교에서 전국단위 학업성취도평가, 이른바 일제고사가 치러졌다. 올해에도 전국에서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시험에 불응하면서 논란이 일었지만 사실 시험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의 비율은 전체 대상학생 190만여명의 0.025%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안병만 장관도 “(불참자는) 1만명 중에 2명 정도에 해당한다”면서 “불참한 숫자 자체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그러나 문제는 일제고사 시행에 따른 부작용으로 수업 파행(跛行)이 일어난다는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변칙적인 문제풀이식 수업, 0교시 및 연장수업 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험을 시행하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일선 학교 교사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문제풀이 수업, 0교시.. 수업파행 심각 VS 정확한 파행사례 확인해 봐야교사들은 수업 파행 현실이 심각하다는 현장의 얘기를 직접적으로 전하고 있다. 경기 지역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는 시험을 감독하는 내내 “안쓰러운 심정이었다”는 얘기를 전했다. 경기도 성남지역에서 근무하는 그는 “기말고사 이후에 좀 쉬어야 할 아이들이 일제고사 때문에 문제풀이에 매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학교는 지난 해 성적이 부진했기 때문에 ‘학력향상 중점학교’로 지정돼 5종류에 이르는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면서 “수업시간 등을 활용해 기출문제와 모의고사 문제를 푸는 데 적어도 10시간 이상을 할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성취도평가 시행 직전에 특별점검을 벌여 서울지역 조사대상 학교의 약 22%에서 교육과정 파행운영, 문제풀이 수업운영, 강제자율학습 실시 등의 지침 위반 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하기도 했다.이에 대해 교과부 김환식 교육정보기획과장은 21일 “정확한 파행사례는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어느 부분까지를 ‘파행’으로 봐야할지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면서 “도서벽지에서 적극적으로 방과후학교나 돌봄학교를 운영하는 경우 등은 오히려 바람직한 사례라고 보면 시간표에 더해서 학교에 남는 것을 모두 파행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의도한 바 아니다 VS 학교·교사 압박 크다 교사들은 파행 수업이 불가피할 정도로 시험이 주는 압박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는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나온 이후 교장선생님이 지역교육청을 다녀왔다”면서 “다른 학교 교장선생님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성적이 순서대로 거론되는데 누가 느긋하게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우리학교 교장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이른바 ‘말년’ 교장인데도 학교에 돌아와 성적압박을 가하는 것을 보고 성적이 일제히 공개되는 이상 경쟁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교과부는 이같은 수업 파행에 대해 의도한 바가 전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김 과장은 “정확한 성적을 평가하겠다는 것이 시험의 목적인데 파행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교과부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면서 “(이번에) 서울교육청에서 한 것처럼 적극적으로 파행 수업 사례를 찾아내고 막으려는 모습을 다른 곳에서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좋은 취지로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교과부에서 전국 모든 학교를 일일이 통제할 수 없는만큼 각 시·도교육청에서 적극적으로 파행 수업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그는 또 “성취도평가 결과를 교장·교감 인사나 학교평가에 반영하는 것은 현재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성적 알기 위한 시험 VS 교사들이 아이들 성적 모를까 교과부는 학생들의 성취도를 정확히 평가해 ‘맞춤식’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교사들은 아이들의 성적은 누구보다도 자신들이 잘 안다며 맞서고 있다.교과부 안병만 장관은 지난 18일 “성취도평가를 통해서는 단순히 학급 내에서 아이들이 어느정도의 위치를 차지하는 지가 아니라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또 전국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취도평가는 전체 학생의 성적을 정확히 파악하고 ‘맞춤식 처방’을 내리겠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충청도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누가 학습부진아인지를 교사들이 정말 모르겠느냐”면서 “학교에서도 중간·기말고사를 보고 생활을 관찰하는데 누가 공부를 못하는지 가려내기 위해 일제고사를 시행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잘라말했다.이와 같은 논란 속에서 마무리된 성취도평가 결과는 9월 중에 과목별로 ‘우수’ ‘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등 4가지 성적으로 학생들에게 통보된다. 특히 ‘보통학력 이상’ ‘기초학력’ ‘기초학력미달’ 등 3가지로 분류한 성적은 학교알리미 등을 통해 지역별, 학교별로 완전히 공개된다. 이와 같은 성적체계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심지어 학교별로 완전히 공개하면서 줄세우기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교과부는 “정확한 성적분포도 아닌 포괄적인 분류를 너무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21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면서 지속적으로 보완해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kuerte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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