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IMF-ECB 수장들 엇박자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총재가 "출구전략이 너무 이른 것보다는 차라리 늦는 편이 낫다"며 성급한 부양책 종료와 금리인상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는 현실적인 출구전략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칸 총재는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CBI 연례모임에 참석해 회복세가 뚜렷해질 때까지 부양책을 지속하겠다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정책에 대해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토리당을 중심으로 영국 정부가 양적완화 정책을 더 빨리 철수해야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칸 총재는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대단히 취약한 수준”이라며 “은행권의 낮은 자본비중, 가계재정상태, 높은 실업률과 공공부채가 경제에 위협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 순위가 돼야 한다”며 “특히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의 없고 당분간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할 여유가 있는 선진국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은 일반적인 출구전략 시행을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며 “출구전략은 금융권이 안정을 되찾고 민간 수요에 견고한 회복세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출구전략이 너무 이른 것보다는 차라리 늦는 것이 덜 위험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칸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유럽중앙은행(ECB) 측이 최근 밝힌 생각과 다소 엇갈리는 것으로 출구전략을 둘러싼 IMF와 ECB 간의 시각차를 보여준다. 지난 주 ECB의 로렌조 비니 스나기 집행이사는 “가장 큰 리스크는 채권시장의 불안과 출구전략을 너무 오래 끄는 것”이라며 “출구전략을 늦추는 것은 고통을 연기해주겠지만 결국 그 고통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트리셰 총재도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이 늘어나면서 현실적인 출구전략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금융위기의 종료를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적절한 시기에 ECB가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한편 칸 총재는 이날 세계 경제가 더 이상 아시아 수출 국가들이 미국 소비자들에게 공산품을 판매하는 무역 모델에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오래된 패러다임은 이제 무너졌다”며 “중국을 비롯한 일부 이머징 국가들이 수출중심에서 내수로 이동하고 있는데 이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해야 할 일이 아직 많고 중국의 위안화 절상도 이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칸 총재는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기업들에 대한 납세자들의 분노를 감안하면 더 이상의 구제금융은 무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구제금융, 은행권 보너스 등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너무 커서 만약 또 다른 신용위기가 도래해 구제금융을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해도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라며 “납세자들의 정치적 반응은 너무 격렬해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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