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나로'호의 꿈

25일 오후 5시. TV 앞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은 만세를 불렀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가 우리가 만든 인공위성 '나로호'를 싣고 우주로 발사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환희는 1시간밖에 가지 못했습니다. 우주강국의 꿈과 희망을 품고 하늘 높이 올라간 나로호가 행방불명 됐습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희망은 단 1시간만에 우주미아가 됐습니다. 다음날 아침 전해진 뉴스는 더 슬펐습니다. 나로호가 지구로 낙하중 대기권에서 소멸됐다는 뉴스였습니다. 낙하중 소멸이란 다소 생뚱맞은 표현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추락하다 불에 타 없어졌다는 얘기가 될 것입니다. 나로호의 소식에 일반 국민들보다 100배는 더 천당과 지옥을 오간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로호 제작과 발사에 참여했던 과학자 얘기가 아닙니다. 바로 증시의 테마주 추종자들입니다. 나로호 발사에 임박해 우주항공 테마주들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나로호가 행방불명되고 불에 타 없어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신들의 돈도 허공 속에 사라지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을 것입니다. 다음날(26일) 아침 열린 장에서 우주항공 테마주들의 운명은 불탄 나로호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공위성 개발 및 제작업체인 쎄트렉아이는 장 시작과 함께 바로 하한가로 직행했습니다. 쎄트렉아이는 10% 내외의 급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역시 우주항공 테마주인 한양이엔지도 26일 내내 하한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쎄트렉아이는 나로호가 발사된다는 소식이 나오기만 하면 급등락을 반복했습니다. 지난 3일에도 동반 상한가를 가다 다음날부터 급락한 전력이 있습니다. 당시 결함 발생으로 발사가 연기됐기 때문입니다. 다소 비약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코스닥 테마주 투자는 까마득한 우주공간에 인공위성을 띄우는 것과 유사합니다. 나로호는 정교하게 궤도에 안착시켰다면 우주강국 대열에 끼었겠지만 순간의 실패로 천문학적 돈이 허공에 사라졌습니다. 테마주도 상한가 행진만 눈에 띄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꼭지에서 급락할때는 아찔합니다. 조준(투자)을 잘못한다면 궤도를 이탈한 인공위성처럼 우주미아가 되거나 추락해 불에 타는 신세가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소중한 재산을 허공에 뿌리지 않기 위해선...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증권부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