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교각살우의 우 범하지 말아야

"잔인한 5월이 될 거다" (재계 관계자) 45개 주채무계열 기업에 대한 재무구조평가가 마무리돼 가면서 대기업들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부실기업으로 낙인찍혀 이미 사실상 '워크아웃'에 들어간 일부 기업과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으로 잠정 선정된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은 안팎으로 번진 불 끄기에 여념이 없다. 재무구조평가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소식을 앞서 전해 들은 일부 대기업에서는 은행 고위층과 금융당국을 상대로 강력한 '맨투맨'식 설득작업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재무구조 개선대상에 포함될 경우 경영지표 관리 및 자금조달 등 일반적인 재무관리 뿐만 아니라 경영진인사, 신규투자계획, 계열사 정리에 이르기까지 일일히 은행과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 또한 과거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됐던 기업들이 겪어야 했던 수모의 경험 또한 이들로 하여금 불합격 판정에 대한 공포를 키우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한 기업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주채권 은행의 카드 마케팅에 동원되고 신용도가 비슷한 다른 기업보다 높은 가산금리를 물어야 하는 등 말도 안되는 불이익을 겪었다"고 전했다. 동부그룹이 알짜배기 계열사인 동부메탈을, 금호그룹이 금호생명을 매각하고 자산정리에 나서는 등 각 기업들이 강력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 역시 재무구조 개선대상에 포함될 경우 겪게될 이 같은 불이익을 우려해서다. 이처럼 재무구조평가 결과가 기업의 '살생부'가 되고 있는 만큼 평가기준의 투명성과 객관성에 대한 중요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충분히 '자연치유'가 가능한 환자를 수술실로 몰아넣고 칼부터 들이대는 '과잉진료'로 사망케 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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