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조기자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러한 민족 치수의 역사적 배경과 맥을 같이 하면서 현재적 시점에서 국민에게 이롭고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심는 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진은 나주평야에 흘러가는 영산강. <br /> <br /> 노해섭 기자 nogary@gwangnam.co.kr
물(水)은 인류 문명사회에 가장 깊숙히 스며 들어 있다. 자연적 존재지만 인간의 생명과 문명을 일으킨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우리는 인류문명이 물을 끼고 발흥한 점을 잘 알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물'을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다스린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역사 속에서도 역대 왕들은 물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겼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저수지와 보를 설치하여 용수를 확보했다. 로마의 상수도시설은 지금도 남아 있고 삼국지에서도 물을 놓고 벌이는 천하 명장들의 전략과 지혜 싸움은 가히 감탄할 정도다. 그래서 나온 말이 '치수평천하(治水平天下)' 아닌가. 물은 말라도 걱정, 넘쳐도 걱정이다. 물은 반드시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그 한결같은 흐름은 인간에게도 삶의 지혜와 순리를 일깨워준다. 또한 물은 형평성을 잃지 않는다. 수면의 수평적 균형감은 우리들의 마음의 평정을 이끌어 준다. 갈수록 세계는 물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물이 없어서 난리고, 물을 더 잘 쓰자고 난리다. 혹독한 가뭄으로 온 국민이 물 고민에 빠져있다. ‘물을 물 쓰듯’ 하던 때는 이미 간지 오래다. 어떻게 물을 아끼고 지키고 개발할 것인가에 지구촌이 머리를 쥐어 짜고 있다. 최근들어 전국이 80년만의 가뭄으로 식수 고갈은 물론 농업용수 부족으로 올봄 농사를 걱정할 정도다. 섬지역과 해안가 주민들은 지하수 오염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런 심각성을 극복하기 위해 당국은 물절약 실천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정부도 운하건설을 추진하다 발목이 잡히자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발길을 돌려 치수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물은 우리의 기술로 제조해서 쓸 수 없는 자연이 주는 선물이기에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재인식하게 하는 대목이다. 잘사는 나라의 행복지수 중 물 사용량이 중요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현대인의 삶의 질적 수준은 생명을 가장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지켜주는데 있다고 본다. 때문에 치수평천하(治水平天下)가 이 시대인의 목소리인 것이다. 호남은 한민족 농경문화의 발상지로써 반만년의 큰 흐름을 이어왔다. 특히 한반도의 역사 속에서 산과 들, 강, 바다를 낀 천혜의 지리적 자원을 배경으로 일찍부터 정치와 경제, 문화를 부흥시킨 중심 세력들의 성장 무대로 자리잡아왔다. 그 가운데에서도 한반도 서남부 내륙을 굽이치며 흐르는 영산강은 남도민의 젖줄이자 드넓은 들판을 적시며 농업 생산력의 원천인 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동북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이면에는 농경사회의 튼실한 기틀 아래서 이뤄진 산업 기반이 그 대들보가 되었다고 하겠다. 무엇보다 선인들의 탁월한 치수(治水) 능력은 자연재해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대내외적 위기와 시련 속에서도 민족의 중흥과 경제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어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선사시대로부터 시작된 민족의 치수사업은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가장 중요한 국가 정책이자 현안사업으로 변함없이 진행되고 있다. 인류의 문명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 한층 진화된 기술을 담보로 그 결실을 맺어 왔듯이 물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러한 민족 치수의 역사적 배경과 맥을 같이 하면서 현재적 시점에서 국민에게 이롭고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심는 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물관리로 농업 생산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물길을 통한 수상운송의 새 길을 열고 생태문화 관광자원으로 거듭나는 자연자원 물의 경제적, 환경적, 문화적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남도의 주요 물길은 담양에서 목포에 이르는 영산강 줄기 350리(136km)를 따라 흐르고 있다. 이 강물은 전남지역 4대호인 장성댐, 나주댐, 광주댐, 담양댐 등 크고 작은 댐과 저수지, 보 등 수리시설을 안고 있는 185개 내외의 샛강과 지천으로 이뤄져 있다. 또한 섬진강과 보성강 등을 낀 많은 하천과 저수시설이 산재해 곡창 전남의 수리문화를 꽃피워 왔다. 특히 전남 내륙 곳곳에 물을 모으고 효율적으로 관리, 운용하는 수리시설은 영산강 유역을 낀 호남농경문화의 요람이 되어 왔다. 물이 모이면 사람들이 모여 농경사회를 이루고 물이 흐르면 뱃길이 열려 사람과 물자를 운송하면서 경제와 산업을 키워 갔다. 이처럼 천연자원인 물을 자연과 인공이 조화된 경제자원으로 활용하는 체계적 물관리의 필요성과 가치가 우리 사회에서도 더욱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물이 인류 생존의 동반자임과 동시에 현재와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자원이며 무기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면서 물관리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평가, 대안제시가 요구되고 있다. 농경수리문화 흔적을 더듬어 이에 깃든 남도 농어민의 삶 속에 스며든 희로애락의 발자취를 재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 농업경제부흥과 수리문화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해온 한국농어촌공사가 ‘국토의 물관리’를 하며 100년의 세월을 흘러왔다고 한다. 이제 새로운 100년을 향해 수문을 여는 지금 지난 세기 발자취를 되짚고 녹색성장 동력으로 탈바꿈할 비전을 모색하는 데 있어 전남지역 수리시설은 가장 적절한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오는 3월 22일 ‘세계물의 날’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의 농경수리문화의 흐름 속에서 물이 만들어낸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성과와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따라서 본보는 이번 기획 시리즈 '남도농경수리문화 발자취-호남의 물길을 따라'를 통해 농도 호남의 경제 활성화와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수자원 개발, 관리의 필요성을 재인식시키고자한다. 농경사회의 중심축이 된 저수지·보 등 수리시설을 보듬고 살아가며 성장 발전해온 남도민의 삶과 애환, 향토성, 역사성을 재조명하는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여기에 물길을 따라 형성된 숱한 이야기와 변천과정을 현황과 자료를 통해 제시하면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분석 종합하게 된다. 김종원 한국농어촌공사 전남지역본부장은 "오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하여 미래 자원으로써의 물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인식이 더욱 높아지길 바란다"면서 "물이 낳은 농경수리문화에 대한 재조명 사업은 매우 뜻깊은 시도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민선 전남과학대 교수는 "물은 생명수로서 지구상 그 어떤 자원과도 바꿀수없는 소중한 자원이다"면서 "세계가 물의 날을 지정해 그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지금, 우리도 안정적 수자원 확보와 관리를 위한 국민적 동참의식이 더욱 향상돼야할 때이다"고 강조했다. 광남일보 김옥조 기자 okjo@gwangnam.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