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선, 유조선 등 발목잡혀...국제유가 급등
대만 "공업용수 15% 감축"...반도체 생산차질 우려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현우 기자] 전세계 물류의 대동맥인 수에즈운하가 선박 좌초사고로 막히면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주요 공급지인 대만은 극심한 가뭄으로 공업 용수를 제한하겠다고 밝혀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과 주요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운하를 건너던 와중 좌초된 22만톤(t) 규모 대형 컨테이너선인 에버기븐호의 사고수습과 운하 운항재개에 이틀정도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수에즈발 물류대란오나...사고수습 지연에 '동맥경화' 우려
SAC는 중장비를 동원해 선체 일부를 다시 물 위에 띄우는데 성공했지만, 강한 모래폭풍이 불고있고 선체가 모래톱에 깊이 파묻혀 사고수습에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밝혔다. 현재 100여척의 선박들이 운항재개를 기다리며 운하 일대에 정박 중이다.
수에즈운하의 운항통제로 전세계 물류대란 우려가 커진 상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수에즈운하를 통해 하루평균 약 5만5000여개의 컨테이너화물이 수송되고 있으며, 이는 전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자칫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운임비 상승에 따른 공급망 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미국 클락슨플라토증권은 "수에즈운하 운항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화물선들은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가야하며, 7일 이상 운항기간이 길어져 배송운임이 크게 올라갈 것"이라며 "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운송을 우선시하다보니 이미 일반 화물운송이 지연되고 있어 배송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아시아로 향하던 유조선들의 발이 묶이면서 국제유가도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배럴당 3.42달러(5.9%) 상승한 61.1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유럽발 석유 수요하락 우려에 일시적으로 57달러선까지 밀렸던 WTI 가격이 하루만에 60달러선으로 복귀했다.
◆대만은 ‘물공급 적색경보’ 발령...반도체 공업용수도 제한
엎친데 덮친격으로 대만의 극심한 가뭄 또한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대만정부가 주요 반도체 공단에 공업용수를 통제한다 밝히면서 반도체 공급 차질이 심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대만 정부는 6년만에 처음으로 ‘물 공급 적색경보’를 발동했다. 왕 메이화 대만 경제부총리는 "내달 6일부터 대만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몰려있는 타이중 과학기술단지에 공급하는 공업용수의 양이 15%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당장 전세계 파운드리 반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TSMC와 마이크론 등 대만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생산공정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반도체는 생산과정에서 설비가동 및 세정작업으로 막대한 양의 물이 소비된다. TSMC의 경우 하루 15만6000t의 공업용수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측은 "충분한 양의 물을 확보하기 위해 살수차 이용을 늘릴 것이며, 이미 상당량의 용수가 확보됐다"며 당장 공장가동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측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처럼 악재가 겹치면서 가뜩이나 반도체 부족으로 조업중단을 잇따라 발표 중인 자동차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대표 자동차생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반도체 부족으로 중형 픽업트럭의 생산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포드와 도요타, 폭스바겐,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 주요기업들도 모두 반도체 부족에 따른 일부 공장 가동 중단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알릭스파트너스는 올해 자동차업계가 반도체 공급부족사태로 매출이 606억달러(약 69조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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