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보이스112]④원스톱 대응센터 첫선…풀어야 할 과제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0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해외선 이미 범죄전담체제 운영중
영국 액션프로드 모델로 구축 박차
통합플랫폼 위한 예산 확보 필요
척결 위해선 국제 공조 수반돼야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장세희 기자]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A씨는 지난해 12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본인을 검사라고 소개한 상대방이 "명의도용과 성매매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며 "혐의를 벗고 싶으면 지정한 계좌로 돈을 보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음을 입증하라"고 강압적 말투로 고지했다. 당황한 A씨는 곧바로 상대방이 알려준 계좌로 6000만원을 송금했다. 이 전화가 보이스피싱 범죄라고 인지한 건 송금한 직후였다. ‘아차’ 싶은 A씨는 피해 복구를 위해 곧바로 상담에 나섰지만 다시 한번 분통을 터뜨려야 했다. 범죄 신고는 112(경찰청), 범죄에 이용된 전화번호나 문자메시지 신고·상담은 118(한국인터넷진흥원), 계좌지급 정지나 피해구제 등의 신청·상담은 1332(금융감독원) 등 민원 종류에 따라 접수처가 달라 똑같은 말을 몇 번씩이나 되풀이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같은 불편함은 사라진다. 사후 대처가 112 신고 전화 하나로 일원화된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 신고·대응센터가 그것이다. 해가 갈수록 피해가 커지는 보이스피싱 관련 범정부 통합 대응체계가 부재하다는 지적에 따라 신고·상담 창구를 일원화한 것이다. 현재 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과장을 단장으로 하는 센터 설립 준비단이 오는 6월 구축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보이스112]④원스톱 대응센터 첫선…풀어야 할 과제는
AD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에 대한 전담 체제는 이미 해외 여러 국가에서 시행 중인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 앞서 보이스피싱 범죄가 출현한 대만의 경우, 사기전담신고센터(165사기신고센터)를 설치하고 경찰서별 전담부서에서 수사와 금융기관이 연계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홍콩도 부처 합동으로 경찰 상업범죄국 산하에 사기대응조정센터(ADCC)를 운영 중으로, 수사뿐 아니라 피해상담 등을 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수사국(FBI) 중심으로 유관기관과 '인터넷범죄신고' 센터를 가동해 범죄 신고와 추세분석, 정기 경보발령 등을 수행 중이다.


경찰은 이러한 해외 사례를 모델로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 신고·대응센터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신고와 상담 창구 일원화에서 나아가 통합플랫폼을 구축, 데이터 분석·공유 등 대응 체제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는 영국의 액션프로드(Action Fraud)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 영국은 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액션프로드를 국가적 단일 신고기관으로 운영 중인데, 접수된 모든 사건들을 사기정보분석국(NFIB)에서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범죄 관련 정보를 생산·배포함으로써 범인 검거와 피해확산 방지에 기여토록 했다. 경찰은 향후 센터 설립 시, 액션프로드와 같이 보이스피싱 관련 정보를 통합하고, 사기정보분석국처럼 범인 검거와 피해확산 방지를 위한 생산·배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남은 과제가 산적하다. 우선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관련 정보를 통합할 플랫폼 구축을 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은 통합플랫폼 구축에 약 3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반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찰은 예산 신청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작년 정보화 전략계획(ISP) 예산 1억원을 확보, ISP 수립에 착수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ISP 결과에 따라 필요 예산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을 확보해 통합플랫폼을 구축, 범죄 정보를 빅데이터화 한다고 해도 당장 피해 감소 효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범행 수법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탓이다. 피해를 예방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범행 수법 등에 대한 데이터를 누적하는 것인데, 새로운 범행 수법이 등장하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사기범들은 사람들이 '070' 전화에 걸려들지 않자 '010' 등으로 발신자 전화번호를 바꿔주는 '중계기'를 쓰기 시작했다. 경찰이 모텔 등에 설치된 중계기를 단속하자 차량에 싣고 다니거나, 아예 중고 스마트폰을 중계기 대용으로 쓰는 수법이 나왔다. 통장 발급 절차를 강화하고, 인출을 지연시켜 수거 통로인 금융계좌를 옥좼더니 전달책이 피해자를 직접 만나 돈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수법을 변경했다.


전문가들은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범죄 척결을 위해선 국제 공조가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보이스피싱은 초국가적 범죄로 국경을 넘나든다"며 "센터 설립으로 신고 편의가 향상될 수 있지만, 결국은 다른 국제 경찰 조직과도 협력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도 "외국 수사기관과 공조가 필요하다"며 "개별 국가뿐 아니라 국제기구 인터폴 등과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필리핀 등에 있는 전기통신금융사기 상부 조직이 건재한 이상 범죄 척결에 있어 센터 설립은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중국 공안과 공조가 또 하나의 과제가 될 수 있다"며 "국내 기관 간의 공조 못지않게 중국 공안과 공조에도 힘써야 한다"고 전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