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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전세대란도 월세대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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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전세대란도 월세대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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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임대차법 갱신을 맞이해 8월부터 전세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세대란설’이 힘을 얻었다. 2년 전 8월1일 임대차법을 시행했고 이 과정에서 전세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에 2년 뒤 다시 전셋값이 상승한다는 주장이 쉽게 설득력을 얻었다.


그러나 매매가격뿐 아니라 전세가격은 8월 현재 하락 안정화 중에 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발표된 한국부동산원 자료에서는 전국 총 176개 지역 중 118개 지역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확연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러한 전망 실수는 어디서 나왔던 것일까. 사실 자료는 이미 전월세 대란이 없음을 예고하고 있었다. 전체 임대차 시장을 100이라고 보면 임차료를 높여 신규 계약한 임차인들은 80%, 종전 가격을 연장한 임차인들은 20%에 해당된다. 이 20%가 전세가격을 올리게 되는 이 상황은 대란일 수 없는 것이다. 굳이 부르자면 소란 정도에 해당했다.


그런데 8월 전세대란설이 사라지자 반대로 월세대란설이 나온다. 얼핏 봐서는 그렇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임대차 계약 현황을 보면 보증금 전체가 전세인 순전세 비중이 낮아지고, 준전세 혹은 준월세나 순수월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정보광장에 따르면 2020년 8월 월세비중은 31%였지만, 올 6월 기준 43%에 이를만큼 월세를 일부 섞는 형태의 계약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전세나 월세 모두 임차료 수준은 2021년 연말을 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때문에 월세대란설 역시 기우에 가깝다.


그렇다면 ‘전세의 월세화’를 월세대란으로 보는 게 맞을까. 이런 변화는 시중금리의 영향이 크다. 올해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월세가 더 저렴한 주거가 되면서다.


가령 전세 5억원인 경우, 과거에는 자기자본 1억원과 4억원의 대출을 받는 형태로 거주가 가능했다. 편의상 대출이자가 3%라고 하면 월 이자부담은 100만원이었다. 그런데 현재는 금리 인상 효과로 사실상 5%로 이자를 빌려야 하니, 1년에 2000만원의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


반면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경우, 시중의 시장금리는 1억원당 35만~40만원 수준을 받는다. 그래서 1억원당 35만원 전환시 월 120만원, 40만원 전환시 160만원이 되는데 두 경우 모두 5% 금리로 대출받는 것보다 약간이나마 싸다.


때문에 이런 전환은 대란이 아니라 낮은 주거비로의 자연스러운 이동이다. 시중의 월세대란과는 구분돼야 한다. 전세는 그간 임차인에게는 저렴한 주거를, 임대인에게는 무이자 레버리지로 활용되면서 모두에게 윈윈 구조를 제공해왔는데 그 구조가 깨진 셈이다.


물론 전세대출 이자가 시장의 전월세 전환율보다 높은 국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장기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시장이 100% 월세를 선호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임대인들은 전세보증금 규모가 낮아질수록 레버리지를 쓰지 못하게 된다.


어쨌든 이런 변화들로 인해서 전세대란설로 가득한 2022년 하반기가 지나가고 있다. 전세가격 안정은 주택가격 안정에 매우 중요한 요인인데, 금리가 이런 큰일을 하는 중이다.



채상욱 포컴마스 최고경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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