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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규의 7전8기]지방자치단체의 파산

수정 2021.05.07 12:44입력 2021.05.07 12:44
[전대규의 7전8기]지방자치단체의 파산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년 뒤인 2026년 69.7%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48.7%)보다 21% 포인트 급증한다는 것이다. 선진 공업국 가운데 우리나라 부채 증가 속도가 사실상 가장 빠르다는 경고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의 빚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총 채무는 2021년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세수 등 수입은 줄고, 경쟁적으로 재난지원금 등 지출을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내년에는 대통령 선거 및 전국 단위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지자체의 지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자체 재정이 악화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간혹 외신을 보면 미국에서 세수감소 등으로 공무원들을 대량 해고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지자체가 재정적 어려움을 이유로 공무원들을 해고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지자체가 파산에 직면하면 법원을 통한 구조조정이 가능할까. 기업과 마찬가지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해 채권자들의 권리행사를 제한하면서 채무를 줄여 새롭게 재정구조를 정비할 수 있을까. 미국 연방도산법은 제9장에서 지자체의 회생절차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도입한 주된 이유는 재정적으로 파탄이 된 지자체에 대해 법원의 감독하에 부채를 조정하는 동안 채권자들의 변제독촉으로부터 지자체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지자체 회생제도는 지자체의 채무를 재조정하는 동안 지자체로 하여금 지방정부기능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데 그 주안점이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지자체에 대해 연방도산법의 규정에 따라 회생절차가 진행된 사례가 있다. 1900년대 초반 자동차산업으로 급성장한 미국의 디트로이트는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자동차산업의 하향세로 재정적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에 디트로이트는 2013년 법원에 회생절차개시신청을 했다. 법원은 회생절차개시신청이 적법하다고 판단해 회생절차를 진행했고, 2014년 11월 회생계획이 승인(인가)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디트로이트는 당장 갚아야 할 채무를 변제하는 대신 도시기능에 필요한 곳에 돈을 사용했고, 그로 인해 범죄율이 낮아지고, 시의 고용지표가 좋아지는 등 경제상황도 호전됐다고 한다.

미국 연방도산법이 지자체에 대해 회생절차를 규정하고 있지만, 다른 도산절차와 달리 지자체의 자주성을 배려해 법원의 권한이 많이 제한돼 있다. 예컨대 채무자인 지자체의 동의가 없는 한 법원은 지자체의 정치적 또는 행정적 권한, 재산 또는 세입, 재산의 사용 또는 수익에 간섭할 수 없다.


우리도 지자체가 재정적 곤란에 빠졌을 경우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있을까. 회생절차가 지방자치단체의 재건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공무원들의 안정적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정된다고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지자체는 통치기능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기능을 법원이 수행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악화돼 가는 지자체의 재정수준을 방관할 수는 없다. 미국과 같이 법원 권한을 일정 정도 제한하면서 지자체의 회생절차를 인정하는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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