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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nudge리더십] 강사 최고의 위기, ‘강단에서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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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나 지시의 전달력을 높이는 낮은 목소리-

[쓱nudge리더십] 강사 최고의 위기, ‘강단에서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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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아닌 숨소리만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마이크를 최대한 가까이하고 강의하니 50여명 학생들의 집중도가 오히려 높아져 위기를 넘겼던 10년여 전 일이 생생하게 기억된다. “여러분! 조금 전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니 목소리가 나오질 않고 있습니다. 별의별 방법을 다 써 봐도 말이 나오질 않습니다.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저녁 2시간의 강의에 본의 아닌 피해를 주게 생겼습니다.”


대학생 대상의 취업, 리더십 캠프 등 강의로 전국을 다니던 때의 일이다. 양평의 어느 기업연수원에서 취업캠프 강의장에서 일어났다. 당시 몇 일동안 워낙 강행군을 했었다. 거의 매일 7~8시간 강의에 20~300km 운전으로 이어졌다. 이 날은 총 4시간 강의로 저녁식사 전 2시간, 식사 후 2시간 배정되어 있었다. 식사 전 강의는 무사히 진행했고 저녁 강의 시간은 학생들의 롤플레이로 상호 모의면접 실습을 진행토록 되어 있었다.


“여러분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면접의 이론과 내용은 이미 여러분이ㅣ 들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롤플레이 지침에 따라 단계별로 해 나가면 됩니다.”라고 했다. 입을 마이크에 최대한 가까이하고 숨소리만으로 진행한 2시간 동안의 학생들 눈빛은 잊을 수가 없다. 청각이 불편해지니 오감(五感)을 총동원하고 있었다. 곁에서 지켜본 교직원이 ‘최고의 몰입도’를 보인 시간이었다고 했다.


강의장의 매직 ? 라포와 인지 반응


최악의 상황에서 그나마 내가 믿었던 것은 학생들과 강사 사이에 형성된 라포(RAPPORT)였다. 앞 2시간에 만들어진 상호 신뢰의 인간관계다. 이 용어는 원래 불어로 다시 돌아오다의 rapprter에서 비롯된 말이다. 한 명이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방이 답변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선의의 대화나 배려가 오가면서 형성되는 우호적인 관계이다. 강의 시작시간대에 형성되는 관계형성의 중요성을 크게 실감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공부한 바로는 또다른 측면이 있었다. 인지반응 테스트, CRT(Cognition Reflection Test) 라고 알려진 것이다.

이런 퀴즈를 받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섯대의 기계로 다섯개의 골프공을 깎는 데 걸리는 시간은 5시간이다. 100대의 기계로 100개의 골프공을 깎는 데 걸리는 시간은 몇 시간이겠는가?’, ‘


어느 연못의 연꽃이 번식력이 좋아 매일 2배로 늘어나고 있다. 연못 전체를 덮는 데 48일이 걸렸다면 절반을 덮는 데는 몇일이 걸리겠는가?’


답은 5시간, 47일이다. 그런데 자칫 100시간, 24일로 답할 가능성이 많다. 틀린 답을 한 경우는 자동사고시스템이 작동되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조심하는 숙고사고시스템이 작동되면 일종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없어져 점수가 높게 나온다. 그래서, 이 문제를 조금 흐릿하게 프린트하여 나눠주고 시험을 치거나, 질문할 때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하거나 주위가 조금 시끄러운 상황에서 말하면 듣는 사람의 집중력이 높아져 정답을 맞추는 비율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이다.


그날 위기의 극복은 앞 2시간의 라포 형성에 더하여 높은 집중력을 발휘하는 숙고사고시스템을 자극한 결과이다.


낮은 청취력과 집중력에 낮은 목소리로 극복


요즘 들어 마스크로 인해 커뮤니케이션의 전달력이 바닥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청취력이나 문해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지시를 하거나 회의를 하고나서 피드백하는 수준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들은 내용을 메모하는 습관도 중요하지만 그 앞 단계에서 제대로 듣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이런 현상은 수많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발달이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집중력이 가장 필요한 학교 강의 시간에도 핸드폰 등을 자유롭게 쓰게 하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특히 이런 현상을 많이 보게 되는 경우가 면접장이다. 면접 질문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이해하는 현상이다.


이럴 때, 낮은 목소리로 말하면 청취력이 확연히 올라간다. 중요한 지시일수록 ‘쓱’하고 낮추며 귀를 쫑긋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에 읽은 ‘마피아 경영학’(원재길 옮김, 작자 미상 ; 1996년, 황금가지 출판)의 이런 구절이 있다. 리더의 자질에서 ‘오랜 세월 끝에 성공을 거두는 강건한 경영자들은 대부분 조용하고 느리게 유유히 한다. 나지막하게 말하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귀담아듣지 않을 수 없다. 노력을 통해 이런 능력을 갖추는 게 가능하다.’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넛지리더십'이란?



-'넛지리더십'은 강제와 지시의 억압적 방법이 아닌 작고 부드러운 개입이나 동기 부여로 조직이나 개인의 변화를 이끌어내게 하는 것이다. 또한 본인 스스로의 작은 변화로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조직이나 관계에서 창의와 열정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와 행복을 창출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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