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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한국유사]열흘 만에 400㎞ 내달린 이성계의 광속 回軍, 왜?

시계아이콘03분 20초 소요

위화도 회군은 치밀한 군사작전이었다

[이상훈의 한국유사]열흘 만에 400㎞ 내달린 이성계의 광속 回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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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장군이 이끄는 신군부가 군부를 장악했다. 1980년 9월 1일, 전두환 장군이 대한민국 11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장장 9개월이 걸렸다. 흔히 '역사상 가장 오래 걸린 쿠데타'라고 한다.

 1388년 5월 22일, 이성계 장군이 이끄는 요동 원정군이 위화도에서 회군했다. 이들은 6월 3일 개경을 함락시키고 최영 장군을 유배보냈다. 1392년 7월 17일, 이성계 장군이 고려 왕조를 대신해 조선 국왕으로 즉위했다. 장장 4년 2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오래 걸린 쿠데타'라고 하지 않는다. 왜일까?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은 '천명(天命)'에 따른 '혁명(革命)'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우왕을 따르던 신하들과 백성들이 회군하는 군사들을 환영했다. 술과 음식을 내놓으며 마중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고려사』권137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회군하던 여러 장수들이 (우왕을) 급히 추격하기를 청하였다. 하지만 이성계가 말했다. "속히 가면 반드시 싸우게 되니 사람을 많이 죽일 것이다." 다시 군사들에게 경계하며 말했다. "너희들이 만약 국왕의 행차를 범하면 내가 너희들을 용서치 않을 것이다. 또한 백성들에게서 오이 한 개라도 강탈하면 처벌할 것이다." 도중에 사냥도 하면서 일부러 천천히 행군하였다.


 고려 국왕을 배려하고 백성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고려의 신하들과 백성들이 이들을 환영한 것은 회군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군의 명분은 4불가론(四不可論)에 잘 드러나 있다. 첫째,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칠 수 없다. 둘째, 농번기인 여름에 군사를 출동시킬 수 없다. 셋째, 대군이 원정나간 사이 왜적이 빈틈을 타 침입할 것이다. 넷째, 무더운 장마철이라 활의 아교가 녹아 풀어지고 대군이 전염병에 걸릴 것이다. 그럴 듯하다. 4불가론은 회군의 정당성을 부여해 주었다.


 하지만 4불가론은 군사적 관점에서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작은 나라도 기회가 된다면 큰 나라를 공격할 수 있다. 고구려-수 전쟁, 신라-당 전쟁, 발해-당 전쟁은 모두 작은 나라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되었다. 둘째, 장기 원정의 경우 군량의 현지 조달까지 감안하면 대개 봄이나 여름에 시작해 추수철인 가을까지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고려의 요동 원정은 이동거리가 멀어 장기 원정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셋째, 당시 고려 조정은 왜구의 침입을 대비해 황해도와 경기지역의 병력은 출정시키지 않았다. 특히 예성강 일대의 방어를 강화시켜 놓았다. 넷째, 날이 더워 활의 아교가 녹고 풀어지는 것과 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은 적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전투 환경이었다. 이렇게 볼 때 4불가론은 그렇게 설득력이 높지 않다.


 위화도 회군 상황을 되짚어 보자. 1388년 고려 우왕은 5만 명에 달하는 요동 원정군을 편성하고, 최영을 팔도도통사(八道都統使), 조민수를 좌군도통사(左軍都統使), 이성계를 우군도통사(右軍都統使)로 임명했다. 최영이 출전하지 않아 조민수와 이성계가 이들을 이끌었다. 요동 원정군은 4월 18일 평양을 출발하여 5월 7일 위화도에 도착했다. 약 20일이 소요되었다. 평양에서 위화도까지 거리는 약 200㎞이므로 하루 평균 10㎞ 속도로 북상했다. 전근대 시기 군대의 행군속도가 12㎞(30리)인 점을 감안하면 적정한 속도다. 군사 5만 명과 군마 2만 필에 달하는 대규모 원정군이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행군 속도라고 할 수 있다.


[이상훈의 한국유사]열흘 만에 400㎞ 내달린 이성계의 광속 回軍, 왜?

 요동 원정군은 위화도에서 보름간 머물렀다. 회군이 결정되자, 5월 22일 위화도를 출발하여 6월 1일 개경에 도착했다. 약 10일이 소요되었다. 위화도에서 개경까지 거리는 약 400㎞이므로, 하루 평균 40km 속도로 남하했다. 북상할 때 하루 10㎞ 속도였는데, 남하할 때는 하루 40㎞ 속도였다. 평양-위화도 거리(200㎞)보다 두 배 먼 위화도-개경 거리(400㎞)를 열흘 만에 주파한 것이다. 교통로와 보급체계가 발달한 현대의 군인들도 하루 40㎞ 속도로 연속 10일 행군하는 것은 무리다. 이성계의 회군 속도는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이성계가 회군을 시작하자, 평양 인근에 머물고 있던 우왕은 급히 개경으로 돌아왔다. 이때 우왕을 따라온 자가 50여 명에 불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러한 사정도 이성계의 회군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랐음을 시사하고 있다. 역사서에 나타난 "도중에 사냥도 하면서 일부러 천천히 행군하였다"라는 문구가 거짓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성계는 왜 이렇게 서둘러 회군했던 것일까?


 요동 원정군이 위화도에 주둔하고 있던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이성계는 요동 원정이 불가하다면서 두 차례 우왕에게 회군 요청을 했다. 하지만 우왕과 최영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성계가 처음 회군을 요청한 시기는 5월 13일이다. 5월 13일은 양광도(충청도)에 왜구가 대대적으로 침입한 시점이다.


 양광도에 왜구가 침입하자 우왕은 수도 개경을 방어하던 5원수(元帥)를 남쪽으로 파견시켰다. 이들이 인솔한 병력은 대략 8000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이 수도 방어의 핵심 군사력으로 파악된다. 개경을 방어하던 8000명이 부대를 편성하고 정비한 후 남하하려면 적어도 1주일은 소요되었을 것이다.


 5원수가 이끄는 수도 방어부대가 양광도로 남하한 시점은 대략 5월 20일 전후였다. 이 무렵 이성계의 두 번째 회군 요청이 이루어진다. 5월 22일, 이성계는 우왕에게 다시 회군을 요청을 했다. 하지만 첫 번째 회군 요청과는 달랐다. 국왕에게 회군 요청을 했으면 국왕의 답변을 기다리는 것이 당연하다. 이성계는 기다리지 않았다. 5월 22일, 회군 요청과 동시에 개경으로 남하를 시작했다. 하루 40㎞라는 엄청난 속도로 10일 연속 행군하여, 6월 1일 개경을 포위하고 6월 3일 함락시켰다.


 이성계는 조선 창업 군주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제는 고려말 최고의 무장이었다. 1361년 독로강 만호 박의(朴儀)가 일으킨 반란을 진압했으며, 같은 해 직속부대를 거느리고 수도 개경을 점령한 홍건적을 격퇴했다. 이때 이성계의 나이가 26살이었다. 이성계는 아버지 이자춘(1315~1361)이 사망한 후 그의 가별초(家別抄) 집단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1362년 쌍성총관부를 공격해 온 원나라 장수 나하추(納哈出)의 침입을 막아냈으며, 1370년 압록강을 건너 요동의 동녕부(東寧府)를 점령하기도 했다. 이후 수차례 왜구 침입을 막아냈으며, 1380년 지리산 일대 황산에서 대규모 왜구를 섬멸했다. 이 황산 전투로 고려말 왜구 침입은 잦아들게 되었으며, 이성계는 전국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1383년 대규모 기병을 이끌고 침입한 여진족 호바투(胡拔都)를 막아내기도 했다. 이성계는 내부 반란 진압은 물론 홍건적, 몽골, 왜구, 여진 등 동아시아 거의 모든 세력과 싸워 승리했다.


 이성계는 5월 13일 양광도에 왜구가 침입하자 1차 회군 요청을 했다. 5월 22일 수도 방어군 주력이 남하했을 무렵 2차 회군 요청을 했다. 특히 2차 회군 요청 시에는 국왕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남하했다. 이를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성계의 무장으로서 자질로 보아, 충분한 정보 수집과 의견 수렴을 거쳐 회군을 결단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위화도 회군은 이성계의 야생성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위화도 회군을 장맛비로 인해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이는 무장 이성계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은 천명에 따른 혁명이 아니라 잘 짜인 군사작전이었다.


[이상훈의 한국유사]열흘 만에 400㎞ 내달린 이성계의 광속 回軍,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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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사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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