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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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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감상보다 콘텐츠 소비가 익숙해진 시대
영상 건너뛰기, 빨리보기 다반사
시간 가성비, 친절해진 대사·자막 원인

[이 책 어때]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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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작품’을 ‘감상’한다라는 말보다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말이 더 익숙한 시대다. 감상은 행위 자체가 목적이다. 들이는 시간에 따라 얻는 효과, 다시 말해 ‘효율’을 따지지 않는다. 작품이 정한 시간 연출에 따라 감정 변화, 인물 간 관계성, 현장의 아름다움 등을 오롯이 흡수한다. 예를 들면 식사 자체를 즐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 소비는 다르다. 콘텐츠라는 말 자체가 많은 양을 전제로, 단시간에 대량의 정보, 쾌락 소비를 목적으로 자주 해석된다. 식사를 즐긴다기보다는 필수 영양소를 챙긴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다.


이유가 뭘까. 칼럼니스트인 이나다 도요시는 저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현대지성)을 통해 시간의 가성비를 원인 중 하나로 꼽는다. 넷플릭스 등과 같은 월정액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가 등장하면서 다량의 콘텐츠를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전에는 비용을 지불한 만큼 내용을 ‘낭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재생 속도 조절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OTT 서비스가 등장한 뒤로는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증가했다. 일본의 리서치 회사인 크로스 마케팅이 지난해 3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녀의 49.1%가 빨리 감기로 콘텐츠를 시청한다고 응답했다.


건너뛰기나 빨리 보기는 거짓 포만감을 주기도 한다. 마치 콘텐츠를 온전히 소화한 것과 같은 거짓 감정을 선사해 심리적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실용을 중시하는 누군가는 타인과 대화를 나눌 ‘화젯거리’를 얻는데 만족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한 소도구가 필요 이상으로 오래 화면에 잡힌다면 전개상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라며 “단지 바라만 보는 것도 영상 작품의 묘미다. 그림이나 사진을 감상하듯 영상 속 아름다운 배치와 구도, 색감을 가만히 바라보고 그것이 어떤 주제를 비유한 것인지 생각해보는 즐거움”이라고 지적한다.


친절해진 자막도 원인 중 하나다. 시청자가 느끼고 파악해야 할 내용을 자막이나 대사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굳이 작품을 연속시청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빨리 보기나 건너뛰기를 해도 자막으로 인해 내용 이해에 어려움이 적어졌다. 저자가 인터뷰한 방송국 관계자는 “시청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 채널을 바꿔버린다”며 “그런 불상사를 막으려면 과다한 설명이 될지라도 늘 자막을 표시해둬야 좋다”고 말했다.


저자는 “빨리 감기는 시대적 필연이다(...)‘가급적 적은 자원으로 이윤을 최대화하려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거의 절대적 정의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췄다”면서도 “그래도 역시 의문이 남는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본다니 대체 어찌 된 일일까”라고 자문한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 이나다 도요시 지음 | 황미숙 옮김 | 232쪽 | 현대지성 | 1만5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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