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종합 성능 23.6배 뛰어난 적외선 열 감지 센서용 다층 박막 소재 개발
AI로 민감도·신호 신뢰도 높은 소재 적층 구조 찾아, Advanced Science 게재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먹잇감을 정확히 낚아채는 방울뱀의 비결, '피트 기관(Pit organ)'이 인공지능(AI)과 만나 현대 과학으로 부활했다.
열화상 카메라에도 이 같은 역할의 센서가 들어가는데, 이 센서 성능을 높일 수 있는 특수 소재가 인공지능 기술로 개발됐다. 고성능 열화상 카메라, 자동차의 야간 보행자 인식 장치 등을 만들 수 있게 됐다.
UNIST 물리학과 손창희·박형렬 교수팀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상용 소재보다 성능이 20배 이상 뛰어난 마이크로볼로미터 센서용 박막 적층 소재를 개발했다고 25일 전했다.
마이크로볼로미터는 사물이 방출하는 적외선 열을 감지해 이를 전자기기가 처리할 수 있는 전기 신호로 바꿔주는 센서다. 센서 안의 특수 소재가 적외선 열을 흡수하면 소재의 전기저항이 바뀌는 원리로 작동하기 때문에, 고성능 센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온도 변화에도 전기저항이 잘 변화하는 민감한 소재가 필요하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재는 민감도가 뛰어난 이산화바나듐을 기반으로 한다. 이산화바나듐에 텅스텐이 첨가된 박막이 4겹으로 쌓여 있는 형태다. 층마다 텅스텐의 함량과 두께가 다르게 설계된 덕분에 이산화바나듐의 고질적 문제인 급격한 신호 변화와 이력 현상을 줄였다.
센서는 온도 변화에 따른 전기저항 변화가 1차 함수처럼 직선에 가까울수록 신호 신뢰도가 높은데, 순수 이산화바나듐은 특정 구간에서 급격한 저항 변화가 일어나며 온도가 오를 때와 다시 내려왔을 때의 전기 저항값이 달라지는 이력 현상이 있다. 이는 같은 온도에서도 측정값이 달라질 수 있어 센서 신호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원인이었다.
이 소재 박막층의 두께 조합은 이론적으로 130만개가 넘어가는데, 연구팀은 유전 알고리즘이라는 AI 기술을 사용해 최적의 두께 조합을 찾아낼 수 있었다. 생물진화의 '자연 선택' 원리를 모방해 무작위로 생성된 수많은 두께 조합 중 성능이 좋은 것만 골라내어 서로 조합하고 수정시키는 과정을 반복해 최적의 두께 조합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이 소재는 상온(20∼45도) 구간에서 온도 민감도(TCR)가 기존 상용 소재 대비 3배 이상 높은 7.3%를 기록했으며, 베타(β) 지표는 23.6배 향상됐다. 베타 지표는 민감도뿐 아니라 신호의 정확성과 신뢰도까지 함께 고려해 실제 센서 성능을 평가하는 종합 성능 지표이다.
또 300도의 저온 공정으로 기존 반도체 회로(CMOS) 위에 직접 증착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도 크다. 마이크로볼로미터는 저항 변화 신호를 읽어내는 반도체 회로 위에 증착되는 형태로 써야 하는데, 이산화바나듐을 이용한 기존 기술은 500도 이상의 고온 공정이 필요해, 고열이 이미 완성된 회로를 손상시킬 수 있다.
이번 연구는 UNIST 물리학과 최진현 연구원과 이형택 박사가 제1 저자로 주도했다. 연구팀은 "사람이 일일이 소재 조합을 바꿔가며 했다면 산술적으로 750년이 걸릴 실험 규모를 인공지능 기술로 대폭 단축하고, 설계된 소재를 직접 박막 형태로 합성해 냈다는 데 의미 있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손창희 교수는 "자율주행 차량의 야간 장애물 탐지나 드론을 활용한 야간·원거리 감시, 다수 인원의 체온 변화를 감지하는 대규모 바이러스 감염 모니터링 등 고성능 열 감지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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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세계적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1월 28일 자로 게재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기초연구실사업, 중견연구사업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정보통신방송혁신인재양성사업(ITRC) 등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영남취재본부 김수로 기자 relationship6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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