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8배 면적·120m 퇴적층 확인…2029년 초심부 시추 기반 확보
남극 2.2㎞ 두께의 빙하 아래 숨겨진 빙저호 '청석호'의 면적과 수심, 퇴적층 두께 등 세부 구조가 국내 연구진의 독자 기술로 처음 정밀 규명됐다. 2029년 초고난도 시추를 위한 '사전 정밀 지도'가 완성되면서, 우리나라의 남극 심부 탐사 역량이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남동쪽으로 약 270㎞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빙저호 '청석호'의 세부 구조를 탄성파 탐사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더 크라이오스피어(The Cryosphere)'에 게재됐다.
빙저호는 거대한 빙하의 압력과 지열로 빙하 하단부가 녹아 형성된 호수다. 수만~수천만 년간 외부와 단절된 채 유지돼 '지구 속 외계'로 불린다. 얼음 아래 바다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유로파와 환경이 유사해, 우주 생명체 탐사의 핵심 유사 연구지로도 꼽힌다.
여의도 8배 면적…120m 퇴적층 확인
강승구 박사 연구팀은 2021~2022년 현지에서 수행한 탄성파 탐사 자료를 정밀 분석했다. 탄성파 탐사는 지표에서 인위적으로 진동을 발생시킨 뒤 지하에서 반사돼 돌아오는 파동을 해석해 지질 구조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분석 결과 청석호는 약 2.2㎞ 두께의 빙하 아래 자리하고 있으며, 면적은 23㎢로 여의도의 약 8배에 달한다. 수심은 최소 10m 이상으로 확인됐다. 특히 호수 바닥에는 약 120m 두께의 퇴적층이 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주현태 극지연구소 연구원은 "120m에 달하는 퇴적층은 과거 남극의 환경 변화 기록을 간직한 보관소이자, 극한 환경에서 생존한 미지의 미생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서식지"라고 설명했다.
'청석호'라는 이름은 대한민국 극지 연구 초기부터 헌신한 김예동 전 극지연구소 소장의 호 '청석'에서 따왔다. 김 전 소장은 아시아 최초로 남극과학위원회(SCAR) 의장을 역임했다.
1㎞ 넘는 해외 사례 넘어…2.2㎞ 시추 도전
이번 연구의 의미는 2029년 예정된 시추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 있다. 빙하 내부 구조와 두께, 호수 경계 조건을 사전에 정밀 파악함으로써 시추 위치 선정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빙저호 시추는 전 세계적으로도 극소수 국가만 도전한 고난도 기술이다. 실제 성공 사례로 꼽히는 미국 연구진 역시 약 1㎞ 안팎 두께의 빙하에서 작업을 수행한 바 있다. 2.2㎞ 깊이의 청석호 시추는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이 될 전망이다.
극지연구소는 이번 성과를 토대로 해양수산부와 협력해 2029년 청석호 시추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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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극지연구소 소장은 "남극에서도 가장 깊고 비밀스러운 영역인 빙저호 탐사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독자 기술로 빙저호를 미리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서 시추 성공 가능성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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