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흥행에 파인다이닝 위상 강화
獨선 '반찬' 열풍, 美 최고급 식당가엔 수제 소주 안착
"프리미엄 식재료 등 고도화된 미식 수출 청사진 절실"
한국 음식의 소비 지형이 길거리 음식에서 고급 식문화로 진화했다.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주도한 질적 변화다. 라면, 치킨 등 자극적인 일상식으로 인식하던 해외 시청자의 시선이 미슐랭 가이드로 대변되는 파인 다이닝 영역으로 이동했다. 매운맛에 도전하는 일회성 유희를 넘어, 식재료의 본질과 조리사의 철학을 탐구하는 성숙한 미식 문화로 진입했다.
한국문화정보원의 빅데이터는 이러한 소비 지형의 변화를 명확한 수치로 입증한다. 과거 K푸드 관련 최상위 검색어는 '김치', '불닭볶음면' 등 단일 품목이 장악했다. 최근 1년간의 외신 및 누리소통망(SNS)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선 '셰프(Chef)'라는 단어가 전체 연관 검색어에서 5.9% 비중을 차지했다. '맛', '오징어 게임' 등의 키워드도 상단에 나란히 등장하며 영상 콘텐츠와 미식의 강력한 상관관계를 증명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흑백요리사'와 안성재 등 요리 전문가들이 자리한다. 방송을 통해 한국 식재료의 잠재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창의적 조리법을 전 세계에 선보였다. 먹방이나 소모적 챌린지가 주도하던 시장에 미식의 본질을 묻는 묵직한 서사를 던졌다. 심사위원과 참가자들이 보여준 미학적 접근은 시각적 자극에만 치중하던 글로벌 시청자의 안목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한국식 파인다이닝의 정교함이 세계 최고 수준의 요리 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음을 화면을 통해 각인했다.
영상 속 미식 열기는 글로벌 외식 산업의 실물 경제로 번진다. 각국의 문화적 맥락에 맞춰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창출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밥에 곁들이는 조연에 불과했던 '반찬'이 독립적인 고급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현지 소비자는 채소 위주의 건강식이라는 특성과 정교한 발효 기술의 가치에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미국 주요 도시의 최고급 식당가에서는 수제 소주가 프리미엄 주류로 안착했다. 싼값에 마시는 희석식 소주 대신, 전통 증류 방식을 거친 고급 소주가 와인과 위스키를 대체하며 한국 주류의 위상을 격상시켰다.
시각 매체가 끌어올린 미식의 품격은 한국 음식 자체를 거대한 지식재산권(IP)으로 탈바꿈했다. 과거에는 K팝 아이돌의 부수적인 홍보 수단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외식 산업을 직접 주도하는 독자적인 생명력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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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정보원 관계자는 "외국인들에게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현지의 고급 미식 시장에 깊숙이 뿌리내린 만큼, 수출 전략을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와 식품 업계가 프리미엄 식재료 수출, 전통주 육성 등 고도화된 산업 전략을 가동하는 한편, 세계 최고급 식탁을 장악할 정교한 미식 수출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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