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쥬스'로 뮤지컬 데뷔후 첫 코미디 도전
"결이 다른 작품…관객 웃으면 기분 좋아"
가수가 배우로 영역을 확장하면 으레 연기력에 대한 우려와 편견이 따라붙는다. 김준수는 2010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하자마자 신인상을 꿰차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동안 다수의 주연상도 받으며 정상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새로운 편견도 생겼다. 뮤지컬 데뷔작이었던 엘리자벳에서의 토드, 드라큘라에서의 드라큘라, 데스노트에서의 엘 등 뮤지컬 배우로서 그의 존재감을 각인시켜준 배역들은 한결같이 죽음이 연상되는 어두운 역할들이었다. 김준수는 "저한테 맞지 않는 배역을 선택해 도전했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이 끝나면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똑똑하게 잘 고르는 거다' '연기 스펙트럼이 넓지는 않다'는 평들이 있어서 속상했다"고 말했다.
김준수는 편견을 깨기 위해 도전을 선택했다. 뮤지컬 배우로 데뷔 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코미디극 '비틀쥬스'의 주역을 맡았다.
23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준수는 "비틀쥬스는 그동안 맡았던 배역과 결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김준수는 비틀쥬스 역으로 이전 작품들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능청스러움을 보여준다. 짓궂은 장난도 치고 찰진 욕도 쏟아낸다. 무대 위 동료 배우들은 물론 관객에게도 농을 친다. 객석에서는 김준수의 변화가 즐거운 듯 웃음이 터진다. 색다른 객석 반응에 김준수도 즐겁다. 그는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너무 좋다"며 "배우로서 뿌듯함을 느끼고, 기분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결이 다른 배역을 맡으면서 고민하는 지점도 달라졌다. "이전 작품에서는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소리로 넘버(뮤지컬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점이 고민이었는데 비틀쥬스에서는 넘버는 고민거리가 아니다. 비틀쥬스라는 인물을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더 재미있고, 납득할 수 있게 표현을 할 수 있느냐가 고민거리다."
김준수는 과거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토드 역으로 특히 주목받았다. 해외에서 40~50대 중년 남성들이 맡던 토드를 20대 중반에 맡으면서 젊고 섹시한 새로운 토드를 만들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준수는 비틀쥬스의 성격에도 변화를 줬다. "'금쪽이'처럼 화도 있지만 약간 귀여운 면도 있고 안쓰러운 면도 있는 인물로 그리면 캐릭터의 맛이 더 살지 않을까 싶었다. 다행히 연출이 제안을 받아줬다. 브로드웨이 공연이나 원작 영화 속 비틀쥬스라는 인물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했으면 애초에 시작도 못했을 것 같다. 밉지 않은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 같아 뿌듯하다."
김준수는 비틀쥬스를 하면서 관객의 변화도 느낀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서사가 있고 조금은 어둡고 서정적인 음악들이 어우러지는 극이 사랑받는데 브로드웨이에서는 쇼 뮤지컬이 주류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쇼 뮤지컬이 통하지 않는 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킹키부츠가 (쇼 뮤지컬의) 시작이었는데 초연 때 크게 사랑받지 못했다. 지금은 관객들이 킹키부츠나 알라딘 같은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 비틀쥬스도 이제는 사랑받을 수 있는 코미디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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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는 그렇다고 비틀쥬스가 단순히 웃고 끝나는 극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가족의 끈끈한 사랑, 또 아무렇지 않게 죽음을 계속 이야기하지만 살아있을 때 그 삶을 소중히 하자는 의미도 담고 있는 극이다. 웃음도 있고, 여러 좋은 의미도 담고 있는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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