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 "행정 결함 인정" 해명에도 주민들 "사법부 판단까지 불신" 반발
업체 측 "적법 절차 거친 자원순환 시설…법원 판결로 정당성 확보" 반박
경산시 자인면 신관리 일대의 폐기물 처리시설 인허가를 둘러싼 갈등이 감사원의 공익감사 착수와 대통령실 탄원서 전달 검토로 이어지며, 지자체의 행정적 책임과 절차적 정당성을 묻는 마지막 심판대에 올랐다.
주민들은 2022년 최초 건축허가 당시 필수 절차인 환경영향평가가 누락됐다는 점을 들어 행정 전반의 위법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경산시 자인면 신관리 주민들은 "공장 가동 시 대형 화물차가 하루 수십 차례 농촌 도로를 오가게 되면 교통안전 위험이 커진다"고 호소하고 있다. 인도가 없는 편도 1차선 도로로 통행하는 주민들의 일상 모습.
해당 부지는 2008년 '금속 조립구조제 제조업' 허가를 받아 운영되던 곳이었으나, 2021년 12월 16일 경산시로부터 폐기물 사업 적합 통보를 받으며 자원순환 시설로 용도가 변경됐다.
주민들은 "단순 제조업과 달리 폐기물 처리업은 침출수, 악취, 미세분진 등 새로운 오염원을 발생시키는 전혀 다른 시설"이라며 "실질적인 영향이 변화함에도 환경영향평가법 제44조에 따른 사전 협의나 평가를 누락한 것은 중대한 법적 하자"라고 지적한다.
반면 업체 관계자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업체 측은 "앞서 운영된 금속 조립 구조제 공장은 페인트와 쇠가루 등이 심했던 곳인 반면, 우리 공장은 가연성 폐기물을 취급하며 파쇄와 분쇄 공정이 전부"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2021년 12월 적합 통보를 받았음에도 자원순환 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상황을 호도하는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 판결도 이미 끝난 사안으로 적법하게 운영 중이며 주민들과의 관계도 순조롭다"고 덧붙였다.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놓고 경산시와 주민 간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경산시 관계자는 "2021년 최초 폐기물 사업 적합 통보 당시, 이를 법적으로 주민에게 통보하고 설명해야 하는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한 착공 전 시설물 적재 등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체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시의 해명이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반박한다.
행정절차법 제41조 및 지자체별 적극행정 운영 조례에 따르면, 주민 생활과 건강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시설의 경우 법적 의무 여부를 떠나 사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는 것이 행정의 기본 원칙이다.
특히 뒤늦게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판명될 만큼 중대한 사안이었음에도 소통을 생략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포기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착공 신고 전 물건 적재 등을 방치한 것은 건축법 제21조에 따른 지자체의 실무적 행정 지도 의무를 저버린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무단 착공을 묵인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경산시 행정의 일관성 결여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해 있다.
시 민원조정위원회가 2023년 9월 '건축 허가 반려'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2025년 7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하며 결과적으로 업체 측의 손을 들어준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경산시의 갈지자 행정과 사법부의 판단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제 대통령과 국민께 마지막으로 호소한다는 심정으로 탄원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주민 2600여 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는 대통령의 조만간 예정된 경북 지역 순회 일정에 맞춰 직접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감사원은 주민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실지 조사 등 본격적인 감사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대법원 판결의 원인이 된 '환경영향평가 누락'이라는 원천적 행정 과실이 경산시 스스로에 의해 인정된 만큼, 감사원은 향후 조사에서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및 고의성 여부 ▲민원조정위 결정과 배치되는 후속 행정의 적정성 ▲인허가 과정의 투명성 등을 법령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규명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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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정(70) 주민 대표는 "감사원이 지자체에 면죄부를 주는 식의 조사를 진행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실무진부터 결정권자인 전·현직 시장까지 엄정하게 조사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영남취재본부 최대억 기자 c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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