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 공정 밖 오염 가능성 포착
산업 예측 가능성과 공급망 지켜
"유사 사안으로 볼 수 있는 '발사르탄' 사건 판례와 본건을 차별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습니다."
법무법인 광장 박현수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는 최근 제약업계가 보건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의약품 불순물 관련 부당이득반환소송에서 승소한 후 이같이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유사 사안에서 제약사들의 책임을 인정했던 판례와 달리 광장의 논리를 받아들여 제약사 측 청구를 인용했다.
사건의 발단은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란 불순물 검출시험 방법 공고 후 메트포르민 등 3개 성분 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된 것이었다. 보건당국은 재처방·재조제 비용을 제약사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에 제약사들은 제조 당시 기준을 준수했음에도 비용 부담은 부당하다며 2022년 7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부당이득반환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전망은 어두웠다. 앞서 법원은 이번 사건과 유사한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 소송에서 보건 당국의 손을 들어준 바 있기 때문이다.
◆원료의약품 NDMA 미포함 사실 강조해
생명과학을 전공한 광장 헬스케어팀의 김일권 변호사(변시 6회)는 불순물 검출 의약품의 78%를 차지하는 메트포르민에 주목했다. 김 변호사는 "발사르탄은 원료의약품 자체에서 불순물이 기준치를 100배 이상 초과했지만, 메트포르민은 원료에서는 불순물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완제의약품에서도 일부에서만 NDMA가 검출된 점도 짚었다. 광장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검사한 메트포르민 완제의약품 중 단 10.7%에서만 미량의 불순물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 과정의 문제가 아니라 유통 및 보관 등 '제조사 지배영역 밖'의 문제일 가능성을 포착한 것이다.
◆잠정관리기준 초과 정도 차이 짚어
메트포르민의 경우 원료의약품에서는 NDMA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도 주효했다. 발사르탄의 경우 원료의약품에서 검출된 NDMA가 잠정관리기준을 100ppm 이상 초과했었다. 메트포르민 완제의약품 일부에서 검출된 NDMA도 잠정관리기준을 1ppm을 초과하지 않는 수준이었다.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위해성도 낮았다. 메트포르민의 추가 발암 가능성은 10만명당 0.21명에 그쳐 국제 기준상 위해성이 인정되지 않는 '무시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반면 발사르탄의 추가 10만명당 8.5명에 달해 국제 기준으로도 위해성이 인정됐었다.
이 과정에서 정다주 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는 이과적 사실을 '법원의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정 변호사는 "가공육과 커피 등도 과다 노출되면 유해하지만, 판매를 불법으로 보지 않는다는 비유를 활용했다"며 "송무팀이 한 역할의 80%는 재판부에 이과적 사실을 이해시키는 트랜슬레이션(번역)이었다"고 말했다.
◆제약산업 예측 가능성 높여
이번 승소 판결은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 인지하게 된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제품 공급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선례를 남겼단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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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변호사는 "정부가 안전을 위해 보수적인 기준을 세울 수는 있지만, 그에 따른 비용을 무조건 민간에 전가한다면 어느 기업이 신약을 개발하겠느냐"며 "이번 승소는 제약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원활한 의약품 공급망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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