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SBS, 손해배상 청구…챗GPT 무단 학습 정조준
NYT·캐나다 언론 등 북미 소송 진행 중…"상업적 독식 규탄"
오픈AI '공정 이용' 논리 주장…구체적 피해 입증이 관건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에 나섰다. 국내 방송사가 글로벌 AI 기업에 직접 법적 책임을 묻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한국방송협회에 따르면, 지상파 3사는 이날 오픈AI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저작권 침해 중단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은 오픈AI가 상업용 생성형 AI인 챗GPT를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자사 핵심 자산인 뉴스 콘텐츠를 대량으로 무단 수집해 학습에 동원했다고 주장한다. 이번 소송을 통해 지식재산권 침해에 따른 합당한 배상을 관철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방송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오픈AI가 해외 언론사와는 유료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도, 방송 3사와의 협상은 일절 거부하며 차별적인 저작권 정책을 고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빅테크가 타국 언론의 지식 자산을 무단 이용해 자국의 상업적 이익으로 귀속시키는 행위는 결코 혁신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며 "개별 창작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소송 한계를 방송 3사가 돌파해, 정당한 보상 체계를 세우고 대한민국 데이터 주권을 수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결단은 AI 기업의 저작권 무단 침해를 징벌하려는 글로벌 언론계의 거대한 흐름과 정확히 궤를 함께한다. 북미에서는 이미 대형 언론사들이 연합해 오픈AI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미국 최대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023년 12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며 글로벌 소송전의 신호탄을 쐈다. 챗GPT가 자사 기사를 무단으로 베껴 학습했다고 주장하며, 금전적 손해배상은 물론 자사 콘텐츠를 학습한 AI 모델의 전면 폐기를 요구했다. 이듬해 4월에는 시카고 트리뷴, 덴버 포스트 등 유력지 여덟 곳을 소유한 알든 글로벌 캐피털이 오픈AI가 수백만 건의 기사를 훔쳐 비즈니스를 구축했다며 소송 대열에 합류했다.
캐나다 언론계는 국가적 연대로 맞섰다. 2024년 11월 현지 공영방송 CBC를 비롯해 토론토 스타, 글로브 앤 메일 등 다섯 곳이 오픈AI를 상대로 온타리오주 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오픈AI는 재판 관할권을 미국으로 넘기려 했다. 하지만 캐나다 법원은 지난해 말 이를 단호하게 기각하며 자국 언론의 데이터 주권 방어에 힘을 실어줬다.
오픈AI가 전 세계 모든 언론사와 척진 것은 아니다. 입맛에 맞는 주요 매체들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하며 유료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보유한 뉴스코퍼레이션은 2024년 5월 오픈AI와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다년간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AP통신, 독일 악셀 스프링거, 프랑스 르몽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북미와 유럽의 유력 언론사들도 차례로 오픈AI와 손을 잡으며 정당한 대가를 확보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 창업자인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카카오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대담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그렇다고 소송에서 언론사의 승리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 미국 뉴욕 남부 연방법원은 2024년 11월 진보 매체 로 스토리와 얼터넷이 낸 소송을 기각했다. 당시 두 매체는 오픈AI가 챗GPT를 학습시키며 기사의 원작자 이름, 저작권 고지 등 '저작권 관리 정보(CMI)'를 고의로 지워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소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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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판부는 원고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피해를 입증하지 못한다고 봤다. AI의 데이터 흡수 과정에서 저작권 꼬리표를 뗀 사실만으로는 언론사가 직접적인 재정 손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챗GPT가 원문 기사를 대중에게 그대로 토해내 언론사의 독자와 수익을 앗아갔다는 명백한 증거를 가져오라고 판시했다. 지상파 3사 역시 빅테크의 '공정 이용' 논리를 무너뜨리려면 이 엄격한 피해 입증의 문턱부터 넘어서야 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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