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임상 승인 20일로 단축…혁신신약 허가 물량 급증 기대
美 생물보안법·관세 검토, 중국 바이오 공급망 견제
임상 데이터 확보 속도전…국내 파이프라인 해외 임상 확대 우려
미국과 중국 규제 당국이 신약 승인 제도를 동시에 손보면서 글로벌 바이오 패권을 둘러싼 '승인 속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신속 심사와 조건부 허가를 앞세워 승인 물량을 빠르게 늘리는 모습이다. 미국은 확증 임상시험 요건을 줄이는 방식으로 개발 기간 단축에 나섰다.
23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신약 효과와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입증하는 확증 임상시험 기본 요건을 기존 2건에서 1건으로 줄이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마티 마카리 FDA 국장과 비나이 프라사드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센터장은 최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신약 허가 신청을 위해 기존에는 최소 2개의 확증 임상시험이 필요했으나 앞으로는 '적절하고 잘 통제된 임상시험' 1개를 기본 요건으로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개발 기간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신약 확증 임상시험 한 건에만 수천만 달러가 투입되고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임상시험 수 축소는 곧 승인 속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터프츠대 연구팀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신약 1개를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평균 기간은 임상시험을 포함해 약 10년 이상으로 분석됐다. 임상시험 단계에만 평균 6~7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중국은 제도 유연화를 통해 승인 물량을 빠르게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은 최근 의약품관리법 시행규정을 개정해 임상시험 신청서 심사 기간을 기존 60일에서 30일로 줄인 데 이어 5월부터는 20일로 단축할 예정이다. 혁신 신약에 대해서는 획기적 치료제 지정, 조건부 승인, 우선심사 절차를 법적 근거로 명문화해 신약 출시를 앞당길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당국의 신약 허가 절차 개편은 실제 승인 물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NMPA가 허가한 자국 혁신 신약은 2023년 34건, 2024년 39건, 2025년 59건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 FDA가 허가한 자국 기업 혁신 신약은 각각 25건, 26건, 29건에 그쳤다. 2021~2022년까지만 해도 양국 승인 규모가 비슷했으나 최근 3년 사이 중국이 빠르게 앞서가는 구도가 형성됐다.
미국 정부가 바이오 기술을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며 중국을 주요 경쟁국으로 지목한 점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12월 국방수권법에 포함된 생물보안법을 최종 발효하며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연방 정부 계약 및 연구자금 지원을 제한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미국은 중국산 의약품과 원료의약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방안까지 검토하며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이 신속한 허가 절차를 통해 확보한 신약 주도권과 생산 경쟁력이 미국 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을 견제하고 글로벌 제약사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바이오 공급망 재편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중 규제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국 바이오 산업의 전략적 대응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최근 미·중 규제 경쟁은 자국 인허가 체계를 통해 신약 밸류체인 거버넌스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신약 경쟁의 핵심이 임상 2상 단계에서 개념입증(PoC) 데이터를 얼마나 신속하게 확보하느냐로 이동하며 명백한 시간 싸움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게 이 부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일본과 인도, 태국 등도 규제 완화를 가속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제도 보완이 진행 중이지만 글로벌 수준의 속도 경쟁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이러한 격차가 지속될 경우 국내 파이프라인이 미국이나 중국에서 임상을 추진하는 흐름이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정연 기자 j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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