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노조 "무리한 경쟁, 시장 질적 저하 경고"
여당 "경쟁 체제로 '코스피 2부리그' 벗어날 것"
6천피를 향해가는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한국거래소(KRX)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한 코스닥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코스닥을 독립시켜 보다 빠른 의사 결정과 부실기업 퇴출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노동조합과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하게 코스닥을 분리한다고 해서 시장이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맞선다.
거래소 노조 "나스닥도 여러 시장 통합 운영"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한국거래소 지부는 다음 달 4일 청와대 앞에서 300명 규모의 조합원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코스닥 분리는) 시장 구조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는 정책 제언 자료를 배포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노조는 '코스닥의 나스닥화'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코스닥은 하나의 시장이고 나스닥은 여러 시장을 보유한 거래소인데, 이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이는 동(洞) 단위 지역과 광역시 전체를 비교하거나 중학생과 대학생을 경쟁시키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나스닥이나 일본 JPX 등 글로벌 주요 거래소들은 오히려 여러 시장을 하나의 거래소 안에 통합해 운영하는 추세"라며 "기업의 성장 단계에 따라 하부 시장에서 상부 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는 성장 사다리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코스닥이 별도 자회사로 분리돼 코스피와 무리하게 경쟁할 경우 시장의 질적 저하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익 중심의 경쟁에 매몰되면 상장 준비가 안 된 부실기업들이 대거 시장에 유입될 것이고, 1999년 겪었던 '닷컴버블'의 재림으로 이어져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미 투자자들이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다.
정부·여당 "체질 개선 위해 꼭 필요"
코스닥 분리를 추진하는 정부·여당의 핵심 논리는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 회복'이다. 코스피 중심의 단일 운영 체제에서 벗어나 각 시장에 독립성을 부여함으로써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고 시장 역동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코스닥도 코스피처럼 변화와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스닥 분리 관련) 안을 포함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책을 세우고 입법으로 변화시켜 나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 의원은 지난 6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그간 코스피와 유사한 틀 안에서 운영되며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을 받아온 코스닥 시장에 독자적인 운영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코스닥이 지주회사 산하의 독립 자회사로 분리되면 시장 특성에 맞는 유연한 상장 및 퇴출 기준을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혁신 기업을 위한 상장 특례와 부실 기업의 신속한 상장폐지 기준을 거래소가 직접 정하도록 하는 근거가 마련했다. 유망한 벤처·스타트업에 시장의 문턱은 낮추고, 함량 미달 기업은 빠르게 걸러내어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김 의원은 "코스닥이 사실상 코스피의 2부 리그처럼 취급되다 보니 단기 매매 위주의 시장 구조가 고착화돼 있고 장기 투자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국거래소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청와대가 강조해 온 자본시장 개혁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거래소 개혁을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책 마련을 주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거래소를 양질의 기업을 신속하게 공급하는 '상품 백화점'으로 정의하며 시장의 기능 강화를 강조해 왔다.
전문가들 의견도 찬반 엇갈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코스닥을 분리하자는 주장은 경쟁이 핵심인데, 그 경쟁의 다양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가 없는 것 같다"며 "한계 기업들에 대한 정리가 코스닥의 문제인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차별화된 제도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먼저 필요해 보인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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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연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은 "코스닥 분리의 핵심은 경쟁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인데 한국거래소는 그동안 경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코스닥 시장 침체와 같은 문제가 있었다"며 "정부의 안이 (코스닥 활성화를 위한)방향성이 맞다"고 평가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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