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당헌당규·행정통합 논의 집중
절윤 논쟁은 흐지부지
'절윤(絶尹·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논쟁에 휩싸인 국민의힘이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의 진로에 대해 논의했지만 별다른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소속 의원의 절반가량이 불참한 데다, 대부분의 시간이 당명(黨名) 및 당헌·당규 개정, 텃밭인 대구·경북 행정통합 문제에 할애 돼서다. 일부 의원들은 "일종의 김 빼기 작전", "전국이 비상인데 딴 얘기만 한다"면서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0시 30분께부터 약 3시간 동안 국회에서 의총을 진행했다. 이번 의총은 지난 22일 장동혁 대표가 법원의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무기징역 선고에 대해 "아직은 1심일 뿐"이라며 당 안팎의 반발을 산 이래 처음 열린 의총이다. 의총에선 당명, 당헌·당규, 대구·경북 행정통합 등 현안은 물론 장 대표의 절윤 선언 거부까지 폭넓은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의총에선 일부 중진의원이 나서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경태 의원은 "내란 수괴인 윤석열과 절연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참패한다, 왜 우리가 윤 전 대통령의 순장조인가라고 발언했다"면서 "전국적으로 지방 선거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장 대표가 당을 제대로 끌고 갈 자신이 없으면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당권파와 가까운 중진 의원들은 엄호에 나섰다. 5선 중진으로 '참회록'을 쓴 윤상현 의원은 "전쟁 중에 장수를 바꿀 순 없다"면서 "상황을 매듭짓고 선거체제로 당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장동혁 대표 체제와 현 지도부"라고 했다. 나경원 의원도 "당내 갈등보다는 대여투쟁을 더 강고하게 하는 것이 맞다"라면서 "절윤 등도 어떻게 보면 여당의 프레임에 들어가는 일이라고"고 했다.
장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당원의 약 75%가 윤 전 대통령과 같이 가야 한다는 취지로 응답했다는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 미래' 간사를 맡은 이성권 의원은 "선거는 51대 49의 싸움이고, 민심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로 측정한다"면서 "(장 대표에게) 여의도연구원이나 여론조사 전문가들을 모아 공개토론이라도 해 보자고 제안했다"고 했다.
박준태 대표 비서실장은 해당 비공개 여론조사와 관련 "해당 조사는 윤 전 대통령 1심 판결 결과에 대해 우리 지지층에게 설문한 내용"이라면서 "일부 (극단적) 지지층에 휩싸여 의사결정을 한다는 오해나 걱정에 대해, 모든 여론조사를 잘 종합하면서 의사결정을 해 왔다는 취지로 장 대표가 발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절윤과 관련한 격렬한 논쟁이 오갈 것으로 예측됐던 이날 의총은 큰 갈등이나 이렇다할 결론 없이 마무리 됐다. 의총 개회 이후 약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당명, 당헌·당규 논의가 주를 이루면서다. 참석의원도 전체 의석수의 절반(107석)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쳤다. 이마저도 시간이 흐르면서 한둘씩 이석해 종반에는 30여명의 의원만 의총장에 남아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부 의원들은 이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원내지도부가 절윤 논쟁을 회피하고 시간 끌기에 나서고 있단 것이다. 조경태 의원은 "일종의 김 빼기 작전이 아닌가 한다"고 했고, 친한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도 "지금 전국이 비상인데 왜 2시간 가까이 영남 얘기만 하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지아 의원은 "우리 당이 어떻게 가야 할 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는 먼저 얘기하지 않고 (의총 논의) 순서를 이렇게 짠 것 자체가 의도적인 것이 아니냔 생각이 든다"면서 "의총 진행순서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지금 뜨는 뉴스
조은희 의원은 이번 의총을 '입틀막 의총'이라고 지적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당원투표 및 국회의원 비밀 투표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당이 어떤 노선으로 선거를 치러야 승리할지 의원들, 전 당원의 뜻을 물아보자"라면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변화가 아니라 국민의 외면"이라고 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