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금융공급 대상을 기존 서민·중소기업 중심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한다. 비상장주식 보유 한도는 자기자본의 10%에서 20%로 완화한다. 다만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자본·지배구조 규제를 은행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이 부동산 중심의 영업구조에서 벗어나 실물경제 자금 공급 역할을 확대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되, 대형사의 경우 부실화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3일 서울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건전 발전을 위한 CEO 정책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을 비롯한 12개 저축은행 대표,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금융연구원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저축은행이 단기 수익에 몰두하던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실물경제와 지역사회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거점지역 단위에서 전국단위까지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 역할과 정체성을 본격적으로 정립할 수 있도록 저축은행 건전 발전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PF 중심' 구조 탈피…차주별 신용공여 한도 상향·비수도권 차주 한도 별도 부여
금융위는 저축은행의 자금이 부동산·담보 위주에서 벗어나 중소·중견기업과 소상공인 등 실물경제 전반으로 보다 균형 있게 공급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업대출 대상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고, 비상장주식 보유 한도를 자기자본의 10%에서 20%로 완화한다.
온투업 연계투자 허용, 사잇돌대출 상품 개편 등을 통해 개인사업자·소상공인 지원도 강화한다. 아울러 예대율 산정체계를 개편해 비수도권 여신을 우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영업행위 규제도 일부 손질했다. 금융위는 그동안 중앙회와 공동으로만 취급이 허용됐던 체크카드, 모바일 쿠폰 등 직불·선불전자지급수단에 대해 자기자본(BIS) 비율 13% 이상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대형 저축은행에는 독자적 취급을 허용하기로 했다. 자본 여력이 크고 건전성이 확인된 대형 저축은행에 한해 영업 범위를 확대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또 자본력과 리스크관리 역량을 갖춘 자산 1조원 이상 중·대형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차주별 신용공여 한도를 상향한다. 구체적으로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는 120억원에서 140억원으로, 개인사업자는 60억원에서 70억원으로 확대된다. 지역 금융 기능 강화를 위해 비수도권 차주에 대해서는 추가로 5억~10억원의 한도를 별도로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고 지방 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규제는 풀고, 5조원 이상 대형사는 은행 수준 관리 강화
규제는 완화주되, 건전성과 지배구조 관리는 강화하기로 했다.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자본 규제를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기업의 미래 상환 능력을 반영하는 기준(FLC)을 도입해 대출 위험을 더 엄격하게 평가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충당금도 현실을 반영해 쌓도록 할 방침이다.
또 위기 발생 이전 단계에서도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을 요구하거나 배당을 제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한다. 아울러 예수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유동성비율 산정 방식도 보다 현실에 맞게 개선한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자산 규모에 따라 대주주 지분 보유 한도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강화한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단순히 지분 처분 명령에 그치지 않고 공시나 의결권 제한 등 제재 수단도 다양화한다.
자산 1조원 이하 소형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재무 상태가 양호한 경우 외부감사 주기를 완화하는 등 일부 규제 부담을 줄이되, BIS 자기자본비율과 연체율 등 핵심 건전성 지표 관리는 기존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또 업권 전체의 부실채권 정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저축은행들이 공동으로 부실채권을 처리할 수 있는 자산관리회사 설립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대출 회수 과정에서 넘겨받은 부동산을 장기간 보유하지 않도록 관리·처분 기준도 보다 명확히 한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저축은행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시의적절한 제도적 발판이 마련됐다"며 "이번 조치들이 원활하게 추진되고 안착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협력하고 회원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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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이번 방안에 대해 "단기적 대응책이 아니라 저축은행이 중장기적 건전성과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의 출발점"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저축은행이 좀 더 책임성과 자금공급의 유연성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금융업권으로 자리매김하고 지역·서민금융 공급에 더욱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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