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가이드라인 제시 안해
업체들 환급마련 절차 촉구
韓기업도 소송 장기전 불가피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기업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행정부가 각 국가와 기업에 부과한 관세 규모는 최대 1750억달러(약 25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가운데 실제 관세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를 두고 기업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23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회계연도 기준) 'IEEPA(국제긴급경제권한법)'에 근거한 총 관세 부과액은 약 1335억달러(약 193조원)다. 이 중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는 817억달러 규모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펜실베이니아대 '펜-와튼 예산 모델(PWBW)'을 인용해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따른 환급 요구액이 17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대법원의 위법 판결로 원칙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 수입은 법적 근거를 잃게 됐다. 이미 수많은 기업이 대법원의 위법 판결을 예상하고 관세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백 곳, 블룸버그 통신은 1000곳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미국 최대 대형마트인 월마트를 비롯해 전국 소매업체들이 소속된 전미소매연맹(NRF)은 판결이 나온 후 법원에 "미국 수입업자들에게 관세를 원활하게 환급하는 절차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닐 브래들리 미국상공회의소 정책 책임자도 "신속한 관세 환급은 20만곳 이상의 수입업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내리면서 기존에 지급된 관세의 환급 절차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호관세가 합법이라는 소수 의견을 낸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이번 판결문에서 "정부가 환급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면서 "환급 절차는 아마도 엉망(mess)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도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환급 문제를 다루지 않고 하급심에 판단을 맡겼다"면서 "(환급 문제에 대해) 우리는 법원 결정을 따를 것이지만 결정이 나오기까지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장기간의 법적 공방을 예고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위법 판결이 나온 직후 기자회견에서 법원이 환급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집어 "형편없고 결함 있는 판결을 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최소 2년에서 최대 5년까지 법정에 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키, 크록스 등이 소속된 미국 신발유통소매협회(FDRA)의 매트 프리스트 최고경영자(CEO) 역시 긴급 화상회의에서 회원사들에 관세 환급에 의존하지 말 것을 조언하며 "갈 길이 멀다"고 짚었다.
미 무역대표부(USTR) 법률고문 출신의 패트릭 칠드레스 홀랜드앤나이트 파트너 변호사는 환급 방법은 ▲정부가 모든 기업에 선제적으로 관세를 환불해주거나 ▲기업이 CBP를 통해 환급을 신청하는 방법으로 진행될 수 있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 대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고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에 전했다.
전문가들은 소송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우려했다. 무조건적인 소송보다는 미국 관세청이 내놓을 행정적 구제 절차나 후속 지침을 먼저 확인한 뒤 실익을 따져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관세를 돌려주라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다만 행정부가 1심 판결에 불복해 상급심으로 항소할 경우 최종 환급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기업의 경우 관세 정산 기간을 이용해 소송을 거치지 않고 세금 환급을 요청할 수 있다. 수입 신고 후 약 314일이 지나야 관세가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때문에 관세가 확정되지 않은 경우 사후 정정 제출을 통해 세금 환급을 요청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호관세가 본격 부과된 시점을 고려할 때, 상당수 수입 건이 이 범위에 해당할 걸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관세청이 전향적인 행정 절차를 마련해줄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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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이민법인 대양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는 소송을 하더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향후 대처가 가능할 수 있는 상황에서 소송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선 시간, 비용 등 따져 상황을 지켜보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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